“올림픽이 대재앙 불러” 중국에 마스코트 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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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중국에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흉흉한 괴소문이 돌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17일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를 축제 분위기로 시작했다. 그러나 올 1월부터 재난이 끊이지 않았다. 1월에는 남부 지역에 50년 내 최악이라는 폭설이 내렸다. 3월에는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대규모 유혈 시위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이를 강경 진압하자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는 “올림픽 개막식을 보이콧하자”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유럽과 미국 등을 거치는 성화 봉송도 엉망이 됐다.

지난달에는 진도 7.9의 쓰촨(四川)성 대지진이 강타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실종자만 8만6000명이 넘는다. 중국 정부가 지진 피해 복구에 정신없는 가운데 지난달 26일부터는 남부 지역에 연일 폭우가 쏟아져 광둥(廣東) 등 중국 남부 15개 성이 50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다. 신화통신은 “곳곳에서 도로와 통신이 두절되고 가옥이 파손돼 38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사망 및 실종자도 200여 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사정이 이렇자 베이징 올림픽이 재난을 불러 왔다는 괴담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괴담은 “올림픽 마스코트인 푸와(福娃·복덩이)가 실제론 올해 닥쳐온 다섯 재난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푸와는 베이베이(貝貝·물고기), 징징(晶晶·판다), 환환(歡歡·성화), 잉잉(迎迎·영양), 니니(<59AE><59AE>) 등 다섯 가지 상상의 동물이다. 원래는 각각 번영·기쁨·격정·건강·행운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들은 일부에선 재앙의 상징으로 통한다. 많은 네티즌은 푸와를 ‘우와’라고 부른다. ‘우(巫)’는 중국어로 ‘마녀’라는 뜻이다. 각각의 마스코트가 상징하는 재앙도 붙여졌다.

물고기를 형상화한 베이베이는 남부지방에 닥친 대홍수를 의미한다. 판다를 닮은 징징은 쓰촨성을 덮친 대지진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쓰촨성은 판다 보호구역으로 유명하다. 티베트 영양을 본떠 만든 잉잉은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벌어진 대규모 유혈사태를 상징한다. 성화불꽃을 형상화한 환환은 성화 봉송을 둘러싼 갈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솔개 모양의 장식을 머리에 얹은 니니는 4월 산둥(山東)성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을 떠올리게 한다. 산둥성은 솔개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잇따른 재난에 이어 괴담까지 떠돌자 중국민들도 당혹해하고 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류웬은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민들의 최고 관심사지만, 잇따른 재난 때문에 반가운 기분으로 올림픽을 맞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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