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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쇠고기 묶어 국민투표 부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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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금 한 달 넘게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 네거리는 밤마다 시위 군중으로 교통이 차단되고, 경찰 버스가 쇠파이프에 파괴당하고 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의 어떤 문명국가가 이처럼 수도 한복판에서 한 달 넘게 불법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경들에게만 맡겨두고 있단 말인가.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차일피일하면서 시위대의 열기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위의 주동세력은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을 관철하기 이전에는 시위를 그칠 생각이 전혀 없고, 6월 20일 이후에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시위의 성격을 변질시켜 나갈 계획이라는 것을 공언하고 있다. 헌법에 의해 선출된 국가기관의 기능을 물리력으로 파괴하는 것은 내란 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첫째, 시위 군중의 요구대로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하는 것이다. 물론 무역국가인 대한민국이 국제적인 약속을 국내 정치적 이유로 파기하는 것은 향후 많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내란 행위가 일어나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물리력에 의해 전복당하는 것보다는 국가적 손실이 덜하다. 그리고 미국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와 다수 상·하원 의원들이 이미 체결된 ‘한·미 FTA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을 왜 대한민국은 못 한단 말인가. 어떤 나라도 외교보다는 국내 정치가 우선이다.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둘째, 만일 국민의 대다수가 정부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헌법 제72조(중요 정책의 국민투표) 조항에 의지해 ‘한·미 FTA와 미국 쇠고기 수입’을 묶어 그 찬반을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국민이 찬성하면 정부는 정부 정책을 예정대로 집행할 수 있다. 부결되면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헌법 절차에 따라 후임을 선출하면 된다.

셋째, 지금의 광화문과 시청 앞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된다. 헌법상 비상계엄의 요건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즉 비상계엄을 선포해 법 질서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한다.

다른 해결 방안으로는 시위대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 쇄신을 통해 국정을 새롭게 함과 동시에 위의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최진 전 중국 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