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조합원은 파업 반대, 지도부는 총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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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민주노총이 조합원들의 반발마저 무시하고 총파업을 선언했다. 한마디로 오만과 독선이다. 조합원의 지지가 부진해 이미 동력을 상실한 파업이 성공할 리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잘못된 지도노선으로 빚어지는 파업이니만큼 법적 불이익은 물론이고 조직의 존폐를 걸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조차 “이번 총파업 선언이 상당수 개별 사업장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된 것이어서 후유증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의 산하 사업장인 현대차의 경우 파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48.5%만 찬성표를 던졌다. 절반이 넘는 조합원이 파업에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대차는 금속노조의 일개 지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반대 비율은 의미가 없다”며 총파업 선언을 강행했다. 산하 노조 전체 조합원의 70%가 파업에 찬성했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지만 투표율 이면을 들여다보면 현대차와 같은 반대 조합이 수두룩하다. 쌍용차 등 20여 개 조합이 반대했다.

이런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총파업을 밀고 나간다면 누구에게도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민조노총과 산하 노조 홈페이지에는 이미 정치파업 추진에 대한 항의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이 내세운 투쟁 명분도 대부분 편견과 오산에 근거한 것들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사유화 반대가 노동운동의 연장이라며 그 이유를 들었다. 공공기관이 사유화되면 공공요금이 3~4배 치솟기 때문에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생수로 일상생활을 해결할 때 소요되는 물값을 계산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괴담에 근거한 것일 뿐이다. 어처구니없는 떼쓰기다. 궁색하고 이유도 안 닿는 빌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아예 본색을 드러내라.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의 행보는 이미 노동조합의 목적을 떠났다. “전기를 끊고 열차를 세워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겠다”고 하더니 “눈 올 때까지 투쟁을 벌여 끝장을 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나라를 망치겠다는 선언이다. 누구를 위함인가. 정말 근로자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사주를 받은 것인가.

민주노총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전교조 조합원 수가 뚜렷한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화섬연대 산하 15개 노조는 상급단체에 대한 반발로 탈퇴를 결정했다. 이런 일들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지도부는 새겨 보기 바란다. 조합원들도 지도부의 횡포에 저항해야 한다. 조합원의 소중한 권리를 침탈하는 지도부를 불신임하든 갈아 치우든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노동당국은 민주노총의 이러한 횡포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엄정한 법집행을 하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84%가 ‘경제회생을 위한 노사협력’을 가장 절실한 노동 현안으로 꼽았다. 그것이 민심이다.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는데 노조는 머리띠를 졸라 맨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심위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