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제과제빵봉사회’ 40여명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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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양구 행신동에 위치한 고양시 여성복지회관 3층 제과제빵교실. 입구부터 왁자함과 함께 후끈함이 배어난다. 무더운 날씨에 오븐의 열기까지. 비 오듯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직접 만든 빵과 과자로 어려운 이웃과 정을 나누는 주부들. 지난 9일 ‘제과제빵봉사회’ 회원들을 만났다.

"반죽서 포장까지 분업으로 척척
산교육장 되기도"


  제과제빵봉사회는 지난 2002년 복지회관 제과제빵 기능사과정을 마치고 자격증을 취득한 주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봉사모임이다. 40여 명의 주부들이 4개 기수로 나눠 주 1회씩 모여 빵을 만들고 지역 내 24개 복지시설에 전달해 왔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정영자(51·덕양구 화정2동)회장은 6년 전 중3이던 자녀와 함께 공부를 할 각오로 제과제빵 기능사에 도전했다. 1년 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자격증을 손에 쥐자 배운 재주를 좀 더 뜻 깊은 일에 써먹고 싶었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시작해 모임을 꾸려온 지 어느 새 6년이 흘렀다.
  정 회장은 “내 손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며 “빵과 과자를 전해 받고 잠시나마 즐거워 할 분들을 생각하면 더 정성을 들여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제과제빵교실의 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쯤 모여 빵 만들기를 시작하면 오후 6시쯤 작업이 끝난다. 10여명의 주부들이 하루에 구워내는 빵은 100여개. 일손이 서툴던 초기에는 늦은 밤까지 일이 계속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력이 붙어 정해진 시간을 넘기는 법이 없다.
  정 회장은 “반죽부터 포장까지 자연스레 분업이 이뤄져 이젠 (빵 만드는데)선수들이 됐다”며 “만들 수 있는 장소와 시설만 마련되면 더 많은 분들에게 빵을 대접할 수 있을 텐데 그 점이 늘 아쉽다”고 말했다.
  빵을 만드는 재료부터 포장재까지 모든 비용은 회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집안 일 돌보랴 살림살이 덜어내랴 부담도 있을 텐데 회원들은 하나같이 “빵 만드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입을 모은다.
  최유선(42·일산동구 일산동)씨는 “빵을 만드는 자체도 즐겁고 내가 만든 빵을 맛있게 드실 분들을 생각하면 더 즐겁다”며 “(회원들이)모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엄마의 봉사활동은 자녀들에게 산교육이 되기도 했다.
  송정옥(42·덕양구 화정동)씨는 “처음엔 같이 공부한 주부들과 헤어지기 아쉬워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보람과 재미를 한꺼번에 잡았다”며 “아이들에게도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삶의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송희숙(54·일산동구 정발산동)씨는 “요양원에서 남의 손길에 의존해야만 하는 분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건강할 때 더 열심히 살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시간을 뺏긴 탓일까. 취재를 마치자 더욱 손길이 분주해 진 주부들. 달콤한 앙금에 이웃 사랑까지 담뿍 얹은 빵 굽는 냄새가 지역사회 곳곳으로 퍼져갔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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