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토니상 7개 부문 석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62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남태평양’이 최우수재공연·남우주연·연출 등 뮤지컬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여배우 켈리 오하라가 ‘남태평양’의 한 장면을 노래하고 있는 모습. [뉴욕·AP=연합뉴스]

회갑을 넘긴 토니상은 ‘중용의 덕’을 택했다. 전통과 혁신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다소 침체된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기운을 넣고자 했다.

15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62회 토니상의 최고 화제작은 단연 ‘남태평양’이었다. 최우수 재공연상(Best Rivival Musical)을 필두로 남우주연·연출 등 뮤지컬 주요 7개 부문을 휩쓸어 최다 수상작의 영광을 차지했다. <관계기사 21면>

1949년 초연된 ‘남태평양’은 미국 뮤지컬의 전설적인 콤비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대본·작사)와 리처드 로저스(작곡)가 만든, 뮤지컬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프랑스 농장 주인과 종군 여간호사, 젊은 장교와 섬처녀 등 두 커플이 벌이는 로맨스를 다룬다. 최근 토니상이 ‘애비뉴Q’ ‘사춘기’ 등 실험적인 작품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라 하겠다.

그러나 토니상은 과거로의 회귀만을 고집하진 않았다. 이번 ‘남태평양’이 수상한 이유론 유럽풍의 아방가르드적인 무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하학적인 세트 등 현대적 감각을 고전에 새롭게 불어넣은 셈이다. 이는 신작 ‘인 더 하이츠’의 선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최우수 뮤지컬상(Best Musical)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인 더 하이츠’는 미국으로 이민을 온 히스패닉계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린 작품.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금기시해 온 아웃사이더의 삶을, 그것도 랩과 힙합 등을 이용해 다뤘다. 이처럼 올해 토니상은 ‘안정 속의 모험’이란 다소 모순된 상황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연극 부문에선 미국 중산층 가정의 상처와 위기를 묘사한 ‘8월’이 5개 부문을 수상했다.

뉴욕=최민우 기자

◇토니상은=공연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린다. 1년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500석 이상 극장에서 올라간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연극과 뮤지컬을 나눠 심사한다. 15인의 후보선정위원회를 거쳐 후보작이 결성되며, 이후 프로듀서·스태프 등 투표인단 750여 명의 투표로 최종 수상이 결정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