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칼럼>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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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느덧 크리스마스다.크리스마스에 얽힌 추억들을 생생히 간직하고 있는 나는 이맘때만 되면 귀에 익은 캐럴이나 성탄절 장식품을 접하고 향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어렸을 때 나는 가족과 함께 갖가지 잡동사니를 이용,밤늦게까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곤 했다.결혼한 후 우리 부부는 서로의 성탄절 추억을 나누었다.딸 첼시가 태어난 후에는 크리스마스 특별 쿠키를 해마다 만들었다.교회 행사에 참가 한 첼시를 보는 것도 우리 부부의 큰 즐거움이었다.
우리 가족은 언제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그러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가정의 어린이들은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을 것이다.이들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에 대해 가슴 두근거려 하기 보다는 산타클로스가 자신을 발견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젖는 아이들이다.올해도 미국내 거의 대부분의자선단체들은 옷.장난감.식품 등의 지원을 호소해 왔다.가난하거나 집없는 사람들만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갑작스런 질병이나 실직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족 들도 도움이 필요하다.원래 크리스마스는 우리 주위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 축복과 감사를 나누는 때다.
메리 댐론이라는 한 여자 아이는 지난해 텔레비전에서 보스니아내전 관련보도를 본 후 인형과 의약품,그리고 사탕을 모아 신발상자에 넣었다.2주후 메리와 동네 사람들은 1,200개의 선물상자를 만들어 그해 크리스마스에 보스니아로 보 냈다.올해 메리는 이미 6,000개의 상자를 모았다.
세인트 루이스의 한 자선단체에서는 최근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로 하여금 산타클로스에 편지를 쓰게하는 「비밀 산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저의 가족은 움막에 살고 있답니다.어머니는 제가 원하는 선물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저는 원격 조종 장난감 자동차를 원해요.』 8살 꼬마의 편지다.우리의 주위에는 가장의 사망이나 혹은 이혼으로 인해 열악한 조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최저임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족,누군가 자신을 찾아 올 것이라는 희망없이 홀로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 등. 크리스마스는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을 보살피는 훌륭한 전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그 마음은 크리스마스의 흥분과 기쁨이 가신 후에도 일년 내내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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