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봉사와 자선 생활화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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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카 롯의 일족이 외부침략군의 포로로 끌려가자 아브라함은 이들을 추격해 전투를 벌여 승리한다.롯의 일족을 구조하고 많은 전리품도 챙겨 돌아오던중 신의 대사제인 예루살렘의 왕 멜기세덱을 만난다.아브라함은 전리품의 10분의 1을 그에 게 바쳐 하나님의 가호에 보답했다.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십일조의 유래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어렵고도 힘든한해를 보내며 우리는 이 힘겨운 한해를 보낸데 대한 감사를 누구에겐가 하고 싶은 심정이다.한 가정의 평화와 사랑이 한 가족만의 행운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의 협조와 도움으로 이뤄졌다는 고마움의 표시,한 개인의 안락함이 개개인의 근면과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동료와 친지, 나아가 익명의 다수 격려속에이뤄졌다는 감사의 뜻을 표할 때가 지금이다.내 따뜻한 가정의 창밖에 누군가 울고 있다는 배려,삼풍 참사와 가스폭발 등 크고작은 사건속에서 슬픔과 괴로움을 겪고 있는 이웃이 있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지금이다.지난 한해를 결산하면서 나는 누구에게무엇을 주었는가를 곰곰 생각해 볼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제 우리의 살림도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봉사하고 자선을 베풀만큼 여력이 생겼다.그렇지만 우리 현실은 아직도 봉사와 자선이 종교적 의미로만 들릴 뿐이다.봉사와 자선이 생활화되지 못하고 종교행위로만 인식되고 있다.더구나 비자금파동에 역사청산작업등으로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어느 때보다 부족하다.정부와 기관,대기업만이 봉사하고 헌금하는게 아니다.1년간 어렵사리 모은 것중 일부를 굳이 십일조가 아닌 백일조라도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자선하는 사회풍토가 진작돼야 한다.
나 자신만이 아닌 이웃을,이웃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불우한사람들을 위해 나도 몸과 마음으로 뭔가 돕고 있다는 봉사와 자선의 정신이 사회를 윤택케 하고 보람있게 만드는 활력소가 된다.한해가 가기전 단 하나의 봉사와 자선이라도 실 천으로 옮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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