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장성 개편"목소리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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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대장성을 본떠 한국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친 재정경제원이 탄생한 지 꼭 1년-.정작 우리의 모델인 일본에서는 대장성 분리.해체론이 무성하다.
파탄에 이른 주택금융전문회사(주전)에 6,850억엔의 재정자금을 투입키로 결정한 뒤 막강 호송선단을 이끌어 온 대장성의 입장은 최악에 몰려 있다.다이와은행 사건 이후 대장성은 국제금융사회로부터도 「체질개선이 필요한 조직」으로 판정 받았다.
대장성의 이런 안팎의 위기는 능력부재가 아니라 너무 많은 권력을 움켜 쥐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자민당정권 붕괴 이후 정치권이 흔들리면서 대장성은 사실상 일본을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가 됐다.
대장성의 핵심은 예산을 짜는 주계국.2차대전 이후 주계국장 가운데 일본 국가공무원 최고자리인 대장성 사무차관에 오르지 못한 국장이 3명에 불과했을 만큼 주계국 파워는 막강하다.
일본의 행정부처와 지방정부는 물론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예산을따내기 위해 주계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주계국 다음으로는 세금을 담당하는 주세국,재정투자를 맡는 이재국 등이 주요부서로 꼽힌다.또 정치권의 실세 가네마루(金丸信)에게 탈세혐의를 적용해 하루아침에 구속한 것이 도쿄(東京)국세국 사찰부인데서 보듯 대장성은 산하 국세청을 통 해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권한도 가지고 있다.
반면 은행국이나 증권국.국제금융국 등 금융담당부서는 대장성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주변부서로 꼽힌다.대장성이 전문화.국제화돼가는 금융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대장성 축소론은 두 방향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를 강조하는 쪽은 대장성의 재정.금융 양대기능중 금융부분을 분리해 금융검사청을 설립하자는 「분리론」에 비중을 두고있다. 노무라연구소 스즈키(鈴木淑夫)이사장은 『주계국.주세국 간부가 국제금융국 간부로 옮겨 복잡한 금융업무를 담당하기란 불가능하다』며 『금융파생상품의 증가에 맞춰 전문감독기능을 갖춘 금융검사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노구치(野口悠紀雄) 릿쿄대교수는 일본의 구조개혁 차원에서 대장성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그는 『일본의 기존제도는 현재급속한 피로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대장성 권위의 상징이자 파워의 핵심인 예산기능을 아예 총리직속으로 옮겨야 한다는 「해체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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