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급 지진에도 피해 미미 … 7.2 버틴 일본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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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을 덮친 강진으로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가 파괴됐다. 14일(현지시간) 미야기현의 한 산악 도로가 무너진 모습. [미야기현 AP=연합뉴스]

14일 규모 7.2의 강진이 일본 동북부 도호쿠(東北) 지방을 덮쳤다. 그러나 사망·실종자는 22명, 부상자는 233명에 그쳤다. 파괴된 주택도 12채에 불과했다. 지난달 발생한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의 규모가 8.0이었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이번 지진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비결은 치밀한 지진 대책에 있었다.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다. 그만큼 숱한 피해를 봤다. 1995년 규모 7.3의 강진이 고베(神戶) 지역 등을 강타했던 한신(阪神) 대지진 때는 사망자만 6434명이었고, 건물 34만여 채가 파손됐다. 이번 도호쿠 지방에도 심하게 땅이 흔들리며 집안에서 제대로 앉거나 서지 못할 정도의 지진파가 밀어닥쳤다. 지반이 약한 산간 지방에선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도로와 교량 붕괴가 속출하고 마을이 고립되기도 했다. 여진도 270회 이상 발생했다. 그런데도 피해가 지진 규모에 비해 미미했던 것은 일본 정부와 민간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지진 대처 기술을 연구한 결과 지진 피해를 상당 부분 통제하는 데 성공해 ‘지진 방재 대국’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천재(天災)는 어쩔 수 없지만 피해는 사람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첫째 비결은 신속한 지진 속보 시스템이다. 14일 오전 8시43분 강진이 발생하자 TV에는 “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 등 내륙 지방에 강진 발생”이라는 긴급 자막이 들어왔다. 올해 본격 가동된 일본 기상청의 지진 속보 시스템이 지진파를 감지해 자동적으로 방송국 시스템에 전달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지진은 땅 밑에서 충격이 올라오는 직하형 지진이어서 일부 지역에선 TV 보도 전에 지진파가 도달했지만, 많은 지역에선 미리 지진 발생 사실을 알고 대피할 최소한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은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앙지는 내륙 지방의 땅속 10㎞였다. 그래서 지진파가 휩쓸고 지나갈 때 도시 주변의 빌딩은 마치 물 위에 뜬 나뭇잎처럼 심하게 흔들거렸다. 규모 6 이상의 충격이 도시를 강타하면 내진 설계를 하지 않은 건물은 대부분 붕괴된다. 하지만 이번에 도호쿠 지방에서는 유치원의 유리 창문이 깨진 정도였다. 일본은 한신 대지진 이후 규모 7에도 버틸 수 있도록 건물의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다. 그래서 95년 이후 발생한 일본의 지진에서는 인명과 주택 피해가 크게 줄었다. 지진 이후 신속한 대응체계도 돋보였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를 중심으로 일본 내각부는 긴급 피해 상황 파악과 점검 시스템을 가동했다.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지진대책실이 설치된 것은 지진 발생 7분 뒤인 오전 8시50분이었다. 같은 시각 방위성에 재해연락실이 설치되고, 이와테와 미야기현에는 구조 활동을 위해 자위대 헬기가 출동했다. 후쿠다 총리는 “구조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내각에 지시한 뒤 24시간 사태를 보고받았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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