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로는 여덟 살 때 소리를 잃었다. 고열을 동반한 바이러스성 수막염 때문이었다. 세상과 자칫 단절이 될 뻔한 순간, 다행히도 그는 타인의 입 모양을 알아챘고, 자신의 의사도 더듬거림과 수화로 나름 전할 수 있었다. 그는 눈에 띠는 소년이 아니었다. 대신 학업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대학에선 심리학을 전공했다. 플라멩코와 인연을 맺을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단 어릴 적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연습을 구경가고, 공연을 보는 건 흔한 일상이었다.
스물한 살 때였다. “마법처럼 다가왔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그의 e-메일 대답처럼 마르셀로는 플라멩코에 갑작스레 빠져들었다. 쉽게 멈출 수 없었지만 멜로디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건 사실 치명적이었다.
대신 그는 작은 진동에도 예민했다. 특히 플라멩코는 발구름·손벽 등으로 춤 동작의 기본이 형성됐다. 게다가 그는 어릴 때부터 절권도를 익혀 사범 자격을 따낸 정도로 동작에 절도가 있었다. 깊은 호흡, 절제된 춤사위, 놀라운 집중력, 고감도 리듬감 등 그는 소리 대신 수많은 무기로 자신 만의 스타일을 구축해갔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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