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95>1.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남긴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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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5년은 어느 해보다 대형사고로 얼룩진 악몽의 해였다.또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 처벌로 상징되는 과거청산 정국의 해이기도 했다.올해의 파란을 한국사회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사건 95」를 심층진단 시리즈로 엮는다.1 회는 삼풍사고,2회는 6.27 지방선거와 그 파장 등이 이어진다.
[편집자 註] 단 30여년만의 선진국 진입이란 「고속압축성장」의 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강남의 최고급 백화점이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린 어처구니없는 참사.「건국 이래 최악의 참사」인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돈에 눈이 먼 저급상혼과 뇌물로 돌아가는공직사회,고질적 부실건축 관행등이 뒤엉켜 빚어낸 전형적인 한국형 인재(人災)였다.
특히 서울 성수대교 붕괴와 대구 가스폭발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발생한 참사는 인명 경시,구조체계의 원시성,당국의 무책임성을 또한번 극명히 드러내 그 충격과 좌절감은 어느때보다 깊고 컸다.
삼풍사고는 무엇보다 사상자,복구 투입 인력및 장비,보상액등 규모에 있어서도 단일 사고로는 최대의 참사였다.
실종자 30명을 포함한 사망자 501명,부상자 937명등 사상자 수는무려 1,400여명(12월 현재 집계).
이처럼 수많은 생명을 일시에 삼켜버린 삼풍참사는 희생자 수보다 훨씬많은 「비극」을 만들었다.
부친의 병원비.동생 학비 마련을 위해 일하다 변을 당한 삼풍여직원들,결혼 직전 숨진 두 남녀의 영혼 결혼식,아내와 두자식의 주검을 끝내 찾지못한채 도미(渡美)한 검사등 실종자 30명의 가족….
그러나 통곡과 슬픔의 와중에서도 백화점 미화원들과 최명석(崔明錫)씨등 「X세대 3인」의 생환드라마는 온국민을 잠시나마 기쁨으로 눈물젖게 했다.또 연인원 1만3,600여명의 소방대원,3만9,000여명의 경찰을 비롯해 자원봉사요원등 구조인력 8만2,000여명의 헌신적인 구조와 봉사활동도 눈부셨다.
특히 사고 직후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백화점지하까지 뛰어내려간 강남 주부들은 물론 의사.약사.중장비 기사.아마추어무전사등 시민구조대들은 모두 하나가 돼 구조에 나서는따뜻한 드라마도 연출됐다.
삼풍주유소등 사고현장 주변 이웃들의 헌신과 봉사 역시 전에 볼 수 없던 감동을 전해주었다.
반면 사고초기 참사 앞에서 허둥대기만 하던 당국은 구조지휘.
통제,사상자.유품 관리,유가족.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처우등에서 「기대이하의 수준」을 보이면서 우려와 비난을 한꺼번에 감내해야했다.이와 함께 삼풍참사는 구조작업에 차질을 빚 게 한 한국 언론의 미숙한 재난보도 취재관행의 문제점을 일깨우기도 했다.
사건 발생 반년이 지난 지금도 삼풍참사는 보상.실종자 문제.
관련자 처벌등을 둘러싼 갈등이 내연(內燃)되는 현재 진행형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국민들은 상처의 조속한 치유와 함께 삼풍참사로 인해 우리사회가 「부실」을 딛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간절히 바라고 있다.삼풍은 한국사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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