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타임캡슐' 만드는 주부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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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타임캡슐.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물건들을 한데모아 후손에게 전해주는 「현대판 화석」을 일컫는 말이다. 주부 고영옥(高寧玉.31.서울중구신당6동)씨는 첫 아들주홍(2)이의 탄생에 얽힌 갖가지 물건을 빠짐없이 모아둔 앨범과 파일에 「우리아기 타임캡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高씨와 남편 강명수(姜明洙.34)씨의 결혼청첩장부터 아기의 출 생증명서,돌잔치때 집었던 연필과 실,제일 좋아하는 장난감까지 아기와 가족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물건들이 빼곡이 담겨있다.
『아기가 첫돌이 지날 무렵까지 직장생활을 했었어요.직접 키우지 못하는 엄마지만 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선물을 아기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에 「타임캡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高씨는 아들이 성인으로 자란 후에도 이 타임캡슐을 보면서 부모와의 끊어질 수 없는 인연을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자녀가 귀해진 요즈음 이처럼 미래를 위해 자녀의 현재를 생생하게 보존하려는 부모들이 늘고있다.
수년전부터 비디오 촬영이 일상화된 것이나 순금판에 아기의 손바닥.발바닥을 찍어주는 풍속이 등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J산부인과에서는 아예 아기의 탄생직후 사진과 첫 울음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상품화,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을 정도.
기업체간부 이정식(李廷植.49.동작구사당동)씨 역시 주변에서유별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녀의 성장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일에 열성을 쏟아왔다.첫딸 은혜(22)양이 세상에 태어나며 내지른 첫 울음소리를 직접 녹음해두었는가 하면 배냇저고리와 젖꼭지,학년별 성적표와 상장등 각종 기념물을 고이 모아놓았다고 한다.李씨는 이 물건들을 딸이 시집갈때 사위에게 줄 계획.『아내될 사람의 행복한 유년.청소년기를 엿볼 수 있는 기록보다 더 큰 혼수는 없다』는게 李씨의 생각 이다.
대학 4년생인 은혜양은 『내또래 친구들중에 자신이 태어날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마 나뿐일 것』이라며 아버지의남다른 정성에 항상 고마움을 느껴왔다고 말한다.아버지를 본받아자신도 결혼한 후 자녀에게 똑같은 선물을 해줄 생각이라고.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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