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꼭 달성” … 산업은행장의 ‘장외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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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총재’ 대신 ‘은행장’이란 직함을 택한 민유성(사진) 산업은행장이 산은 노조의 저지로 이틀째 정상 출근하지 못했다. 민 행장은 12일 오전 9시30분쯤 여의도 산은 본점에 도착했으나, 노조원의 저지로 본점 옆에 있는 산은캐피탈로 향했다.

민 행장은 11일 금융위원회에서 임명장을 받은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민영화와 글로벌 투자은행(IB)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꼭 달성하겠다”며 “노조는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에 앞서 은행장 직함을 적은 명함을 돌렸다. 그는 “대표를 총재로 하도록 규정한 산은법이 개정되지 않았지만 민영화를 앞둔 만큼 다른 민간은행과 같은 직함을 쓰는 게 적절하다”며 “총재 대신 은행장이라고 불러 달라”고 밝혔다. 민 행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해외의 대형 IB들이 자산을 줄이고 있는 지금이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산업은행은 자기자본에 비해 투자해 놓은 자산이 많지 않아 앞으로 2년 정도는 좋은 투자 기회를 잡을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과 경쟁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일정한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며 “훌륭한 외부 인재를 영입해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그러나 “민영화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매각과 구체적 민영화 계획 등에 대해서는 “업무 파악을 한 후 답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수장으로서 역량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는 “리먼브러더스 등 글로벌 IB와 우리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내면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고 일축했다. 산은 관계자는 “신임 행장이 노조와 대화를 할 것”이라며 “조만간 정상 집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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