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 값싼 CD에 밀려 생산 거의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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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레코드판(LP)이 사라진다.콤팩트디스크(CD)값은 갈수록 싸지고 LP값은 오히려 비싸져 상품으로서의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다. 서울음반.지구레코드.오아시스레코드등 국내의 10여개 유명음반제작업체들은 올 들어 음반도소매업체들이 LP판을 전혀 주문하지 않는데다 수지가 맞지 않아 하반기부터는 아예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일하게 생산라인을 없애지 않고있는 서라벌레코드사의 경우도 음악감상실의 홍보.증정용등으로만 한달 평균 1만여장을 제작해 비매품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LP판은 85년께를 정점으로 연간 400만장이 넘는 생산량을유지하며 그동안 전성기를 누렸었다.
그러나 CD가 등장하면서 88년부터 하향곡선을 그려 지난해의경우 100만장 정도로 줄어들었다.
CD가 거의 완벽하게 음질을 재생할 수 있는데다 반영구적으로쉽게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플라스틱 재질의 LP판은 여러차례 반복해서 틀면 잡음이 나는 단점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아왔다.
월드뮤직에서 지난 5월 인기가수 룰라의 2집「날개잃은 천사」LP판을 판매용으로 1만장여장 선뵌 것이 마지막 레코드판이 된셈이다. 그러나 시중에는 아직 이전의 재고분이 상당량 유통되고있는데 보통 4,000~6,500원선에 소매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룰라의 2집은 장당 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같은 가격수준은 현재 최신곡(보통 1만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CD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CD는 급속히 대중화되면서 한장에 1만원선에서 6,000~7,000원대로 떨어진 반면 LP는 보통 4,000원대서 6,500원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흑백필름.현상 가격이 컬러보다 무려 2배정도나 높게 형성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년부터는 LP판이 희소성으로 인해 CD보다 오히려 비싸질 전망이다.
서울음반의 관계자는『신곡 LP판은 이제 시중에서는 구입하기 힘들어 전문수집가들의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며『벌써부터 일부 LP광등을 중심으로 수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대의 오디오 생산업체인 인켈도 지난해 LP용 턴테이블을 연간 32억원어치 생산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절반이나 감소한 16억원어치(추정치)에 불과해 그나마 내년부터는생산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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