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유럽자동차,개도국 공략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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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달 들어 이탈리아 피아트사는 아시아.남미.동유럽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월드카」전략을 발표했다.
내년 브라질에서 첫 생산에 들어갈 이 소형차 신모델(일명 「178」)은 유럽자동차회사들의 표적이 유럽.북미.일본 등 선진국이 아니라 신흥개발도상국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향후 5년간 신흥시장의 자동차 수요증가는 연평균 8 ~10%로 선진국의 4배로 추산되는 만큼 유럽 메이커들의 판매전략 수정은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다.피아트는 3년 안에 폴란드.터키.중국.인도 등 6~8개 개도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프랑스 PSA 푸조 시트로앵 그룹의 자크 칼베 사장은 지난주의 베이징(北京)기자회견에서 『2000년까지 우리회사 승용차의4분의 1을 서유럽 이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것이 나의 확고한 목표다.장기적으로 중국을 가장 소중한 동반자로 생각한다』며 중국에 추파를 던지기도 했다.
이 그룹은 최근 말레이시아 프로톤사와의 AX소형차 합작생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세계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에서 참패한 피아트나 푸조.르노 같은 회사들이 특히 신흥시장 공략의 기치를 높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럽 메이커들 역시 속으로는 이 길밖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개도국 시장성이 좋다는 점말고도 환율 .경기변동으로 인한 위험부담을 줄이고 비용절감,규모의 경제 등을 실현하기위해서는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뛰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최근 자동차회사 임원.관련업종 전문가들을 상대로 면담조사한 결과『유럽 자동차회사들은 세계로 나가든 지,아니면 앉아서 망하든지두가지 선택밖에 없다』는 비장한 의견이 대다수였다.그러나 이들의 세계화전략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유럽 자동차회사들은 오랜 현실안주적 성향에다 관리자.현장실무자간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했던 풍토 탓에 일본.미국의 다국적 메이커처럼 외국수요자의 구미에 딱 맞추는 감각과 순발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웨일스대 경제학과의 개럴 라이스 교수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규모의 영세성을 「양동이 안에서 바글거리는 벌레」로 혹평하기도 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가 미국자동차 생산의 60%,도요타가 일본 자동차생산의 40%를 차지하는 데 비해 독일 폴크스바겐이 서유럽시장의 17%를 점할 뿐 고만고만한 30여개 업체들이 유럽 각지에 군웅할거하는 양상이어서 도무지 국제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자동차업종에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명제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특히 세계최대 자동차회사인 GM측은 자신들이 BTV로 명명된 제3세계형 소형승용차 개발을 위해 지난 30년간 부단히 애써 왔지만 결국 실패판정을받은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피아트의 요란한 세계화전략을 냉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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