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동네 식당들, 고물가 넘는 ‘자린고비’생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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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림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표승우(36)씨는 최근 가게를 뷔페식으로 바꿨다. 불고기·돼지갈비·해산물 안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일인당 6900원을 받는다. 그는 “79.2㎡(24평) 규모의 매장에 종업원을 두 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요즘 영세 음식점들은 이처럼 비용 절감에 목을 매고 있다. 고물가·고유가·고환율, 3고 현상에서 살아남으려는 안간힘이 눈물겹다. 통상 혼자 운영하는 식당은 원재료비 35%, 임대료 10%, 인건비 15%, 기타 비용 5%에 수익률은 35%를 목표로 삼는다. 한달 매출이 1000만원은 돼야 350만원 정도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요즘 식재료비 상승률이 20∼30%에 달하기 때문이다. 임대료 상승도 만만치 않다. 종합부동산회사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주요 지역 임대료는 2분기보다 최고 24.8%나 올랐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까지 겹쳤다. 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소규모 음식점들을 괴롭히고 있다.

서울 개봉동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37)씨는 지난달 자장면 값을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그러자 손님이 20% 떨어져 나갔다. 인건비라도 줄여 볼 요량으로 서비스 종업원도 한 명 그만두게 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울상이다. 그는 “6년째 장사하고 있는데 지금이 최악”이라며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0% 떨어졌으나 밀가루 값이 두 달 새 20% 오른 데다 양파를 비롯한 식재료비가 모두 올라 수익률은 30%가량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생존 아이디어 총동원=가만히 앉아 있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쿡리스(Cookless)다. 그동안 패스트푸드점에 국한됐던 방법이 영세 음식점으로 확산하고 있다. 쿡리스란 조리과정 단순화를 말한다. 주방 인력을 최소화해 인건비를 줄여 보자는 것이다. 퓨전요리 주점 ‘오뎅사께’의 경우 모든 요리를 ‘원팩 시스템’으로 하고 있다. 공장에서 조리과정을 마친 뒤 진공 포장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가맹점은 포장을 뜯고 제품을 가열하거나 해동하는 간단한 과정을 거쳐 손님 테이블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이신천 사장은 “높은 임금을 줘야 하는 전문 주방장을 따로 고용할 필요가 없고 주방 크기를 줄여 점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양념갈비 배달 전문점 ‘대령숙수’는 주방을 아예 없앴다. 완전 조리된 쇠갈비찜과 불고기를 진공 포장으로 가맹점에 공급하고, 가맹점은 이를 그대로 손님에게 배달하거나 테이크아웃으로 판다.

세미레스토랑 ‘밥톨스’는 얼마 전 식권 자동판매기를 들여놨다. 매장에 들어선 고객은 입구에 있는 판매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계산까지 끝낸다. 또 일일·주간·월간 단위의 매출 통계도 자판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매장 운영이 쉬워졌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곳도 있다. 샌드위치전문점 ‘샌드앤푸드’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빵을 독자 개발, 밀가루 값 급등 부담을 줄였다. 치킨전문점 ‘리치리치’는 닭고기에 입히는 반죽 재료 배합 비율을 개선, 종전에 비해 기름에 남는 튀김가루 부스러기 양을 줄였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고물가 시대에는 비용을 줄이는 데 모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며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가 자체 가공공장과 물류시스템·조리시스템을 잘 갖춘 곳인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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