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政局 중간 정리-金대통령 對국민담화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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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2일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사건(10월19일)과 전두환(全斗煥)씨 구속(12월3일)이후 처음으로 국민에게 공식 입장을 밝혔다.12.12군사반란 16년째를 맞아 윤여준(尹汝雋)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담화 형식이었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입장에서 두 전직대통령의 구속과 역사 바로세우기로 태도를 바꾼데 대한 설명부분이다.金대통령은 그 사유로『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묻어두고 가려 했지만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이 국민과 역사 앞에 참회하고용서를 비는 반성의 길을 걷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金대통령이 비판을 감수하며 전직대통령들을 보호하려 했지만 盧씨 비자금사건이 터지면서 국민들의 감정이 악화돼 더 이상 보호막을 쳐줄 수 없었다는 얘기다.바꾸어 말하면 비자금사건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과거 청산의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 이란 설명이다. 金대통령의 이 발언은 그동안 야당과 언론에서『金대통령의입장변화에 대해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데 대한 답변인 셈이다.全씨가「골목길 성명」에서 金대통령을 공격한 데 대해 정당성을 밝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金대통령은 담화에서 全씨의 행동을『역사를 되돌리려는 파렴치한행동』으로 규정했다.盧씨의「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부정축재를『국민과 역사를 욕되게 한 작태』라고 비판했다.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격한 용어를 구사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청산의 현상황을「명예혁명」「제2건국」으로 표현했다.『남은 임기동안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라거나『폭력과 비리로 얼룩진 군사독재 시대의 암흑과 비극은 결코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정의와 법이 총칼보다 더 강한 것임을 후손들의 의식에 새겨줘야 한다』고 말한데서 金대통령의 현재의 심리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金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업.과업.창조적 대업이란 용어로 지칭하기도 했다.일부 정치권과 국민들이 과거 청산작업의 본질을 망각해가는데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金대통령은 그러면서『정기국회 회기내 5.18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줄 것을 충심으로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였다.특별법을 만들자고 외치던 야당에서 특검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특별법 통과를 지연시키는데 대한 불만의 표시며 명분을 동원한 압력이기도 하다. 金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아직 마무리 발언은 아니다.현단계에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을 짚는 수준이다.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시작되면 이달말께 별도의 대국민담화를통해 시국 수습방안에 대해 직접 밝힐 예정이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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