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vs. 이상득 3라운드 승자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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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복심’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친형’ 이상득 의원 사이의 권력 암투 3라운드가 시작된 것일까. 정 의원의 ‘권력 사유화 4인방’ 발언이 MB에 대한 충정의 발로인지, 이 의원에 대한 도전장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정 의원이 언급한 ‘한 사람의 국회의원’은 이 의원이라고 알려졌고 청와대 고위 인사 3명은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으로 모두 이 의원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상득계 3인방=정 의원이 국정 난맥상의 진원지로 지목한 3인방은 모두 이상득계로 분류된다. 고려대 법학과를 나온 박 비서관은 이 의원의 보좌관으로 10년 이상 함께 일했다. 중앙일보 정치부가 펴낸『이명박 핵심 인맥 핵심 브레인』에 따르면 박 비서관은 이 의원의 파견 지시를 받고 2002년 당시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있으면서 MB를 도왔다.

장 비서관은 1984년 민정당 공채 5기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한나라당 사무총장실 보좌역과 조직국장, 부대변인 등을 두루 거쳤다. 2004년 총선 직전 이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조직국장을 지냈고 2006년 이 의원이 제17대 국회 하반기 부의장으로 취임할 때 부의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또 이 대통령의 두뇌집단인 국제정책연구원(GSI) 원장 출신인 류 실장은 이방호 전 사무총장,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이상득계 원로 그룹과 밀착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1라운드=정 의원과 이 의원의 1라운드 격돌은 ‘55인 선언’으로 막이 올랐다. 4ㆍ9 총선 전 정 의원은 “이 의원을 존경하고 따라왔다”면서도 “불출마를 요구한 55인을 오직 당과 대통령을 위해 나선 만큼 ‘생육신’으로 불러줬으면 한다. 권력투쟁의 요소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거사’는 실패로 끝났다. 이후 정가에서는 정 의원과 이 의원의 물밑 암투 의혹을 제기했지만 둘은 “소원했던 관계가 잘 풀렸고 화해했다”며 권력갈등설을 부인했다. 이 의원의 공천 명분엔 일부 흠집이 났지만 표면적으로는 정 의원의 판정패로 돌아갔다.

◇2라운드=2라운드는 지난달 벌어졌다. 강도와 파장은 약했지만 2라운드 역시 이 의원이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지난달 19일 한나라당 대표 및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해온 안상수ㆍ정의화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다. 당 주변에서는 당 대표는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또는 김형오 의원, 원내대표는 홍준표 의원으로 구성된 라인업이 이 의원의 작품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 의원, 그리고 일부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구상한 ‘안상수-정의화’론이 잠시 고개를 내밀었지만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막후 협상으로 안상수 대표론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3라운드=백의종군을 배수진으로 친 정 의원이 9일 “인사실패가 국정실패를 초래했다. 책임질 사람들이 거취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권력핵심의 내홍이 확산됐다. 그러자 이 의원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애써 상황을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박영준 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현재는 박 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왕(上王)정치’라는 세간의 지적에 이 의원이 어떤 행보를 취할 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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