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아닌 특별법엔 찬성-신한국당 경북출신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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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한국당(가칭)의 경상북도 출신 의원 13명이 11일 63빌딩에서 오찬회동을 가졌다.지난 4일에 이어 두번째다.모두 전두환(全斗煥)씨 구속이후의 일이다.
이날 회동은 며칠전부터 신한국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의 비상한관심을 모았다.4일 1차 회동에서 청와대측의 대응에 따라서는 곧 탈당할 것처럼 강경기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1일 오찬회동은 싱겁게 끝났다.발표를 맡은 박정수(朴定洙)도지부위원장은 全.盧씨 구속과 관련해 『역사를 바로잡고진실을 규명하는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발표문만으로는 경북의원 모임인지 부산의원 모임인지 구분 이 안갈 정도였다. 朴위원장은 이어 5.18 특별법에 대해서도 『정치보복이아닌 이상 반대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참석의원들의 발언도 발표문과 비슷한 기조였다.비공개로 진행된이날 오찬에서 김길홍(金吉弘)의원은 당직 사퇴의사를 철회하고 5.18 법에도 서명하겠다고 말했다.이영창(李永昶)의원은 『대구에 인접해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이 나이에 탈당은 생각하지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허주(虛舟.김윤환대표의 아호)는 이에앞서 5분정도의 인사말을통해 대표직 사의철회 배경을 설명했다.『청와대 주례보고 내용을다 말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어떻게 만든 문민정부인데 그만두려 하느냐며 사퇴를 만류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의원들이 5.18법 서명과정에서 홍역을 치른데 대해서도 『내가 당직자 회의에서 지도부와 당직자만 20~30명 서명을 받아 제출하라고 했는데 실무자들이 착오를 일으킨 것같다』고 해명했다.
경북의원들이 1차 회동때 보여줬던 태산명동(泰山鳴動)의 기세를 서일필(鼠一匹)로 끝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5.18법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몰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낙관하는 것같다.처리유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허주도최근 사적 모임에서 이같은 전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는 지난번 회동에서 결속력을 충분히 과시했다고 보고 한발 빼도 괜찮다는 생각같다.허주를 중심으로 뭉쳐있으면 살길이있을 것이란 판단이다.허주가 청와대 측에 제출했다는 정국 수습책에 대한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다.허주는 지난 주 경북의원 몇사람과의 별도 회동에서 정치권 사정의 조기 마무리,여야 고위급 대화,全.盧씨 사법절차의 조기 완료등 3단계 수습책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북의원들의 판단이 맞는지는 아직 미지수다.무엇보다 5.18법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신한국당 일각에서는 11일 오후부터 『경북의원들이 꼬리를 내린데는 개인적 사연들이 있다』는 시각이 대두됐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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