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6·10 집회 폭력은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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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 6·10 항쟁 21주년을 맞는 우리의 심정은 안타깝고 착잡하다. 이날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됐던 날이다. 그러나 21년 뒤 오늘, 이날을 기리겠다며 광장으로 나오는 국민은 양쪽으로 갈려 충돌할 태세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100만 촛불대행진’ 행사를 연다. 반대로 보수 성향의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은 같은 장소에서 3만여 명이 참가하는 ‘법질서 수호 및 한·미 FTA 비준 촉구 국민대회’를 갖는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맞불집회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가. 해방 직후 국민이 좌익과 우익으로 갈려 대립했던 혼란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답답하고 딱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 그제 새벽 쇠파이프와 각목이 처음 등장하면서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폭력 양상으로 변질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 터라 더 그렇다. 주최 측의 예상대로 시청·광화문 일대에만 수십만 명이 모일 경우 다양한 집단들이 섞이면서 예상치 못한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폭력사태만은 안 된다. 폭력은 갈등을 확대하고 재생산할 뿐이다. 그래선 지금의 혼란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국민의 냉정하고 성숙한 의식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다. 공권력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평화적인 집회는 보장하되 만약의 폭력사태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라. 폭력사태로 얼룩진 촛불집회는 결코 6·10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도, 제2의 6월항쟁도 아니다.

한·영 대역 End the vio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