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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중풍] 간병비 부족 걱정된다면 민영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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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승철(42)씨는 두 달 전 시골에 사는 부모님께 장기간병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혹시라도 겨울 빙판길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거나 치매·뇌졸중(중풍)이라도 걸릴 것에 대비해서다. 보험사에 신청해 건강검진을 받아보니 비교적 건강한 상태인 어머니(65)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아버지(67)는 당뇨 수치가 높게 나와 가입할 수 없었다. 김씨는 “아버지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안 뒤로는 술도 끊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중풍과 같은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몸관리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몸관리만으로는 이들 질병에 완전히 대비했다고 볼 수 없다. 치매나 중풍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7월 실시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만 기댈 수도 없다. 이 보험은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가 주대상인 데다 월 100만원 내외만 지원해 간병비가 부족할 수 있다.

주요 보험사들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치매나 중풍처럼 오랫동안 간병을 받아야 하는 질병에 대비한 각종 장기간병보험을 내놓고 있다. 고령화사회를 반영해 10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70세에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까지 나왔다.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파트의 정병록 차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되면 많은 사람이 간병 부문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업계와 이에 맞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100세까지도 보장=보험업계에 경쟁이 격화하면서 보험 가입 연령과 보장 기간이 늘고 있다. 우선 보장기간이 80세에서 100세로 늘었다.

삼성화재의 ‘올라이프보장보험’은 치매나 활동불능으로 인한 장기간병자금 등에 대한 보험기간을 99세까지 보장한다. 치매·활동불능상태로 진단이 확정돼 180일 이상 지속하면 1000만원까지 받는다.

현대해상은 최근 치매 간병비, 상해, 사망 후유장애 등을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100세 행복보장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치매 입원 급여나 상해간병비 등 간병과 관련한 다양한 보장을 해주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본인부담금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의 ‘무배당 행복애(愛)찬 간병보험 0710’은 80세까지는 노년층에 발생할 수 있는 중풍·암 등의 질병을 만기 환급형으로 집중 보장한다. 80~100세에는 순수보장형으로 계약 전환해 노후 간병비를 지원한다. 이밖에 흥국쌍용화재의 ‘행복을 다 주는 가족사랑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의 ‘무배당롯데성공시대보험’ 등도 100세까지 보장해 준다. 삼성생명과 같은 생명보험사도 중풍과 같은 질병과 사망을 하나의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트리플보장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60세에 가입하면 30세 보험료의 세 배=보험업계에 따르면 30~40대는 장기간병보험에 가입하라는 얘기를 들으면 거부감을 갖는다고 한다. “아직 내가 젊은데…” “나는 간병받을 정도로 중병에 걸리지 않는데…”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은 치매나 중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젊을 때 미리 이러한 질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보장 보험료의 경우 60세에 가입하면 30세 때 가입하는 보험료의 세 배를 내야 한다. 보장기간이 짧아졌는데도 보험료가 높은 것은 나이가 많을 때 가입하면 보험료를 내는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질병에 걸릴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현대해상 상품개발팀 박재관 과장은 “노후에 필요한 세 가지로 경제(노후자금), 질병치료, 보살핌(간병)이 꼽힌다”며 “노후자금은 연금으로, 질병치료는 건강보험으로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간병은 공영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차이는=정부가 실시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사실상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보험사에서 파는 장기간병보험은 본인이 선택해 가입하고 보험료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보장하지 않거나 보장이 미약한 부문을 보완해서 가입하는 게 좋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시설급여(요양시설에 입소), 재가급여(도우미가 가정을 방문해 간호·목욕 서비스 제공)를 ‘현물’ 형태로 제공한다. ‘현물’은 말 그대로 서비스나 물품 같은 실물이다. 환자가 시설이나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건강보험관리공단이 환자가 아닌 시설이나 도우미에게 돈을 준다.

시설 입소나 도우미의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도서벽지 지역의 환자 가족에게는 예외적으로 현금을 준다. 일반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보험금은 모두 현금이다. ‘치매 발병 시 2000만원 또는 매월 100만원 지급’과 같은 식이다.

일반 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장 개시일과 진단 확정 시기를 확인해야 한다. 특약으로 치매를 보장받을 경우 치매의 보장 개시일은 주계약의 보장 개시일과 다른 게 일반적이다. 주계약의 경우 보장이 시작되는 날짜는 계약일이 되지만 치매 특약은 계약일로부터 90일~2년 이후부터 보장된다. 또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보험금이 바로 지급되지 않는다. 보험사는 치매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90~180일 정도 지난 다음 치매임을 최종 확정하고 나서야 보험금을 준다. 물론 최종 진단기간이 짧을수록 유리하다.

◇특별취재팀 = 김창규·김은하·백일현·김민상·이진주 기자,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편집=안충기·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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