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정국-청와대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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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반발수위는 청와대의 예상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한 관계자는『全씨가 소환에 당장 응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검찰수사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거나 성명을 발표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언급은 없다.윤여준(尹汝雋)청와대대변인은 2일『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이날 TV생중계를 보지않았으며 오전9시30분 일반사면령 공포안에 서명한 뒤 이홍구(李洪九)총리.한승수(韓昇洙)비서실장과 차를 마시 면서도 全씨성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성명내용에 대해서는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으로부터 별도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 집무실에는 TV가 없다.그러나 金대통령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있다는 얘기다.중대사안에 내심을 내비치지 않는 것이 金대통령의스타일이다.
청와대는 全씨가 성명서에서 던진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2일 오전까지는 대응논리조차 조율되지 않았다.그러나 오후 들어서면서 일제히 全씨의 행태를 「폭거」로규정하고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조속한 조 치를 강조했다.金대통령의 현재 심경이 투영된 발언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全씨측의 향후 반발강도와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全씨측의 태도로 미루어 예상되는 5.18특별법에대한 위헌시비가 일 것에 대비,외국사례를 수집하고 법리적 검토도 진행됐다.全씨측이 손을 뻗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5,6공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무마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청와대는 또 全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행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全씨의 부도덕성과 오만성을 드러내 보인다는 홍보논리도 정했다.그러나 全씨가 金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서는 대응하지않기로 했다.
金대통령의 오랜 측근들은『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구속과 5.
18특별법제정등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일 때는 이미 金대통령의 구상이 서있을 것』이라며 다음 수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지역분할구도를 깨거나 두 金씨에게 타격을 줄 수 있 는 다음 카드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군(軍)의 동요 가능성에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이미 盧씨 비자금 사건으로 대기업들이 내년도 목표를 해외투자에 치중하고 있고 중소기업에 대한 현금결제도 주춤해진 상태여서 중소기업의 자금난 심화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회가 거세됐기 때문에 군 내부의 동요는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국민들이 군 전체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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