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특별검사제도의 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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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연방특별검사제도는 창설되는데 6년이 걸렸다.발론(發論)은 73년 시작됐으나 법률 제정이 완성된 것은 78년이었다.
워터게이트사건 초기 리처드 닉슨대통령은 자신과 측근 참모까지 수사하겠다고 덤벼드는 아치볼드 콕스검사를 법무장관 을 시켜 해임해버렸다.
당시 콕스는 법무부 직제규정에 따라 설치된 「워터게이트 특별수사 전담반」에 임명되기 전까지는 하버드대교수로 재직하고 있었고 대통령의 노여움을 사 검사 자리에서 쫓겨났는데도 아무 일도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복귀 했다.
대통령의 압력에 의한 이같은 검사 해임은 고위관료에 대한 행정부 스스로의 수사에 한계가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태였다. 이를 계기로 의회는 좀더 독립적인 위치에서 행정부 고위직의비리를 편견없이 수사할 연방특별검사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대통령까지 포함한 행정부 고위관리의 비위사실을 법무장관이 인지하면 그는 곧 혐의내용에 대한 예비조사를 통해 특별검사 임명의 필요 여부를 파악한다.그러나 법무장관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난다.인선.임명은 법원 소관이다.사법부가 택한 특 별검사는 수사에 관한한 법무장관과 법무부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전권과 독립적 권위를 보유한다.수사결과에 대한 기소여부는 법원쪽 대배심이 결정한다.
입법과정의 장기간 토론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쟁점은 삼권분립 원칙이 흔들리는게 아니냐는 문제였다.범법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소추(訴追)하는 행위가 모두 행정부 소관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수행하는 특별검사의 임명.감독.해임등을 사법부에 맡기는게 위헌(違憲)아니냐는 반론이 위헌여부 제소등을 통해 레이건대통령시절까지 계속돼온 형편이다.
5.18진상규명과 관련해 서울에서도 특별검사제 도입문제가 거론되고 있다.이런 요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은 누구에게나 납득이가는 것으로 이해된다.권력앞에 무소신인 검찰을 못믿겠다는 불신에 대해서는 일단 이의가 없는 것 같다.그러나 마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위를 휘두른 옛날 암행어사식 특별검사를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독립적인 위치의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경우 수사지휘권,검사의 상명하복(上命下服)관계,그에 대한 수사인력 지원,기소권문제등 복잡한 문제는 일단 접 어두고 정치적 중립만 얘기하더라도 여당은 물론 야당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엄정중립이 철석같이 보장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는 특별검사제 도입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야당에서 말하는 특별검사제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말한 5.18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도 포함해 모두 발상의 밑바닥에 깔린 정략적 요소와 이를 제기해 추진하는 과정이 날림공사와 같아선 곤란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법을 너무 성급하게,그것도 각기 정치적 이해와 정략적 계산에 바탕을 두고 도모하려는 자세들인 것 같아 안타까울뿐이다. ***政略的요소가 문제 특별법을 만들라는 비공개 지시한마디에 온통 나라 전체가 콩튀듯 법석인데 막상 대통령이 담화건 기자회견이건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진의를 설명했다는 소리는듣지 못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특별검사제 논의 역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한 다는 야당의 으름장은 나왔지만 입법부 내부에서솔직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별법이건 특별검사건 모두 위헌여부가 걸리는,두고 두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다.남의 나라 얘기이긴 하지만 법을 만들 때 정략을 배제한 진지한 토론과 끈질긴 준비를 거치는 과정은 진지하게 눈여겨 참고할 만한 일이다 .
(미주 총국장) 한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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