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학력비하 발언' 편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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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MBC-TV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은 지난 26일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나온 '대통령 영부인 비하 발언'을 내보냈다. 지난 21일 한 집회에서 방송인 출신 사회자 송만기씨가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 자격이 있느냐"고 발언한 부분, 청중과 宋씨가 '××년'이라는 욕설을 주고받은 장면 등이 전파를 탄 것이다.

방송 후 네티즌들은 해당 방송사는 물론 신문사 홈페이지.포털 사이트 등에 격렬한 성토의 글을 올리고 있다. 宋씨에겐 협박과 항의가, 청와대 홈페이지엔 권양숙 여사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글이 잇따랐다.

그러나 당시 집회 현장을 취재했다는 CBS 사회부 최철 기자는 30일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본질을 외면한 MBC의 편집 방송이 네티즌들을 선동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崔기자에 따르면 宋씨는 문제의 발언에 앞서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많이 배우신 분(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보잘것없는 사람 앞에서 굽실굽실 하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한 대통령의 발언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언어적 살인입니다. 제가 만약 대통령 영부인의 학력이 고졸도 안 된다고 소리치면 이것 또한 언어적 살인입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하지만 MBC는 필요한 부분만 발췌했고, 이는 편파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崔기자의 주장이다. 문화비평가 진중권씨도 이날 인터넷 사이트 '진보누리'에 띄운 글에서 "崔기자의 말이 맞다면 MBC는 고약한 대중 선동을 한 셈"이라며 "'파시스트적'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에 대해 MBC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신강균의…'의 김병훈 부장은 "편집하지 않는 방송은 없다"고 전제한 뒤 "당시 MBC는 집회의 본질과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南사장 자살과 대통령의 책임을 전적으로 연결한 宋씨의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욕설과 폄훼로 가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며 "당시 상황은 대통령과 그 영부인을 깎아내리는 것이었으며, 宋씨는 단세포적인 꾀를 쓴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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