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장 하나가 아프리카 어린이 살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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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점심 값 10달러(약 1만원)로 아프리카 어린이 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해마다 아프리카에서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 말라리아. 하지만 10달러짜리 모기장 하나만 있으면 발병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사실을 알리는 언론·구호단체·종교계 등의 노력에 힘입어 10~20대 젊은이 사이에 모기장 기부 열풍이 불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일 전했다.

지난해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6000여 명의 청소년이 모인 한 감리교 집회. 토머스 비커튼 목사가 1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들고 “여러분이 이 돈을 햄버거나 피자 사 먹는 데 써버릴 수도 있고,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고 말하자마자 연단 위로 지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날 30초 만에 모금된 돈은 무려 1만6000달러. 비커튼 목사는 “동전이 아니라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며 웃었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7살짜리 소녀 캐서린 코멀은 2006년 4월 엄마에게서 ‘30초마다 어린이 한 명이 말라리아로 죽어간다’는 말을 들은 뒤 즉각 행동에 나섰다.

피자 박스 안에 인형들을 넣어 헛간에 사는 아프리카 가족처럼 꾸몄다. 여기다 얇은 그물과 장난감 벌레를 이용해 어떻게 모기장이 잠자는 어린이를 지켜줄 수 있는지 90초 분량의 이야기를 지어냈다. 캐서린은 교회에 나가 이 이야기를 시연해 2000달러를 모금했다.

이어 이웃 교회를 돌며 시연을 계속하는 한편 ‘당신 이름으로 모기장이 기부됐습니다’라고 쓰인 상품권도 팔았다. 이렇게 두 번의 크리스마스 동안 각각 8000달러를 모았다.

미국에서 모기장 기부가 활성화된 건 2년 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칼럼니스트 릭 라일리가 우연히 BBC의 다큐멘터리를 본 뒤 “스포츠는 테니스 네트·축구 네트 등 네트 일색이다….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네트(모기장)뿐” 이라는 칼럼을 쓴 것이 계기가 됐다.

그의 요청으로 언론 재벌 테드 터너가 설립한 유엔재단이 ‘필요한 것은 모기장뿐(Nothing But Nets)’이라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7만 명이 2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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