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18특별법의 불가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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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5.18특별법을제정키로 한 것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불가피한 일이다.우리는 지난 7월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을 비롯한 5.18 관련 피고소.고발인에 대해 내린 검찰의 「공소권 없음」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당시 검찰의 이같은 결정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했고 야당과 재야 운동권.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변호사.종교인들까지 그 부당성을 주장,서명운동과 가두시위 등이 끊이지 않 았다.
사실 국가사법 중추기관인 검찰이 오랜 수사끝에 불기소 결정을내린 사건을 정부.여당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재수사토록 한다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5.18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큰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어도 민자당은 거의 외면하다 시피 해왔던게사실이다.5.18특별법 제정은 바로 5,6共과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3당 합당을 통해 집권한 민자당으로선 사건 당사자들이 상당수 현직에 남아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이같은 여건 속에서 민자당이 5.18특별법을 제정키로 방침을 바꾼 것은 그 정치적 의미가 심장하다.
물론 5.18특별법 제정에는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헌법규정인형벌불소급의 원칙이나 공소시효에 대한 이견 등 법리적인 문제도그중 하나다.공소시효로 인해 형사처벌 가능 대상자가 전직대통령2명에 불과해 특별법 제정은 상징적.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이미 국민회의와 민주당 등은 특별법 시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해 놓았고,헌법의 테두리는 벗어날 수 없다는 대원칙에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어 절차는 별로 문제될 게 없다.
이제는 정부.여당의 의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金대통령의 지적처럼 『5.17쿠데타는 국가와 국민의 명예를 실추시킴은 물론민족의 자존심을 손상시켜 모두를 슬프게 한 사건』이다.또 국가의 최후 보루로서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헌 신하고 있는 군인의 명예를 더럽힌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특별법은 5.18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배경과 경과,희생자탄압과 군부의 권력찬탈 과정 등을 소상히 밝히고,범죄 행위자는 형사소추를 비롯한 적절한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한편으로는 희생자의 명예회복.보상에 소홀함이 없게 해야 한다.우리가5.18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역사를 냉철히 되돌아봄으로써 다시는 이같은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힘에 의한 헌정 중단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겨야 한다.또 우리 시대의 잘못으로 가슴속에 남게된 한(恨)은 우리 손으로 깨끗이 씻어내리고 역사의 페이지를넘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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