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철수 연희동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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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연희동집은 비자금사건이후 가장 을씨년스런 분위기로 바뀌고 말았다.
이틀전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전직대통령예우법 개정 여파로 이날대부분의 경호원이 철수한 것은 물론 비서관들도 자신의 앞날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때문이다.
그간 연희동에 상주하며 盧씨와 가족을 경호해왔던 청와대 경호실요원 21명중 절반이 이날 오전 짐을 싸 연희동을 떠났다.
물론 盧전대통령이 실형을 확정받더라도 국가기밀보호등을 감안,경호는 계속된다.그러나 盧씨가 구속수감중인 현재 부인 김옥숙(金玉淑)씨등 가족들만 연희동에 머무르게 되자 경호실측은 10명의 인원만 남긴채 나머지 요원은 청와대로 모두 복 귀시킨 것이다. 경호원들은 이날 盧씨집을 떠나기에 앞서 박영훈(朴永勳)비서실장의 안내로 김옥숙(金玉淑)씨에게 단체로 작별인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金씨는 이 자리에서『그간 몸도 몸이지만 마음고생이 더욱 심했을 것』이라며『어려울 때 도와줘서 고맙 다』고 인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재직당시에도 주변의 수하(手下)에 대한 전별금이 인색키로 소문났던 盧씨측이지만 비자금등 돈문제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만큼 이날 떠나는 경호원들에 대한 전별.위로금등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직대통령예우법개정에 따라 사실상 직장을 잃게 될 盧씨의 비서관들은 시종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盧씨집에는 그간 1급상당인 朴비서실장과 2급 2명,여사무원등이 盧씨와 가족들을 보조해왔었다.
한 비서관은 자신의 향후진로에 대해 『국회에서 법안이 확정되면 비서관 공직에서 사직한 뒤 연희동의 사설 비서로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盧씨의 아들 재헌(載憲)씨는 이날 朴실장과 함께 구치소의 盧씨를 찾아 자신의 지구당위원장사퇴와 민자당 탈당 사실을 알렸으며 盧씨는『어떤 일이 있더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잘 지내라』고당부했다고 재헌씨가 밝혔다.
한편 盧씨 비자금에의 「5공자금유입」확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이날 부인 이순자(李順子)씨,측근들과 함께 유유히 북한산 산행을 즐겨 처참한 盧씨측 상황과는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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