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大阪)성은 오사카를 상징하는 명물이다.
16세기 일본을 제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자신의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축성했다.웅장미와 뛰어난 조형미가 압권이다. 19일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장소로 일본은 오사카성을 선택했다.
오사카성 안 서편에 있는 영빈관은 이번 회의 때문에 만들어졌다.넥타이를 풀어제친 평상복 차림의 각국 정상들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일본총리가 권하는 일본차를 들며 오사카성의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일본이 이번 회의에 쏟은 정성은 대단하다.회의비용으로만 100억엔(약800억원)을 쓴 걸로 알려지고 있다.전국에서 차출된2만5,000명의 경찰 숙식비에 가장 큰 돈이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또 APEC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100억엔을 APEC사무국에 조건없이 쾌척했다.회의기간 내내 시내곳곳에서 엄격한 교통통제가 실시됐다.통행량 자체가 크게 줄어 시민보다 경찰 수가 더 많은 느낌을 주었을 정도다.오사카 시내 최고급호텔들은 회의기간중 아예 일반손님을 받지 않았다.오사카에서 열린최초의 대규모 정상회의라는 점 때문인지 시민들도 불편을 잘 견디는 모습이었다.각국 대표단이 투숙한 호텔과 회의장,프레스센터등에 동원된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함도 인상 적인 것이었다.이번 회의를 계기로 오사카가 본격적인 국제도시로 발돋움한다는 공통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불참으로 사실상 반쪽대회로 끝나고 말았다.일본정부는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일본언론들은 연일 섭섭함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있다.일본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의 재선에 더 큰 비중을 둔 탓이라는 비판에서 양국관계의 근본적 이상신호라는 해석에 이르기까지갖가지 얘기가 다 나오고 있다.
당초 일본정부는 이번 회의를 자국의 외교력을 과시하는 기회로삼았다.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야심차게 마음먹고 이번 회의를 준비했던 것이다.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의 번주(藩主)들을 불러들여 자신의 패권을 과시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아태지역 정상들에게 일본의 힘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미국의 국내문제 하나로 일본의 야심은 치명상을 입었다.일본정부는 이번 회의를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의 불참이 준 아픔을 못견뎌하는 일본의 모습에서 아직은 어쩔 수 없는 일본의 한계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오사카=배명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