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언론.저명인사가 보는 盧씨 구속-유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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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의 일간 르 몽드지는 16일 노태우씨 구속사건은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치적 부패를 보여주는 「제1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하면서 향후 그 파장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르 몽드는 이날 盧씨의 구속이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고있다며『그의 비리는 한국의 권력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선진국클럽에 들어갈 자격이 있으나 盧씨의 비리는 한국이 정치적으로 성숙했는지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 몽드는 또 盧씨의 비리여파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프랑스의 고속철도 TGV등 외국회사의 대형수주와는 무관한 것인지,그리고 더러운 돈을 만진 적이 없다고 말하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흙탕물이 튀지 않을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 도 제기했다. 이 신문은 盧씨의 비리가 金대통령이 93년 집권한 직후 착수한 부패척결운동의 결과로 폭로됐다고 평가하면서도 『盧씨의 구속은 실제로 판도라상자를 여는 제1막에 불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또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한국정부가 비자금 스캔들의 막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희생양들이 필요할것』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그러나 이번의 위기가 한국민의 자존심에 큰 타격을준 것은 사실이지만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부패고리를 단절시킴으로써 한국에 오히려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지도 盧씨 구속사건을 주요기사로 다루면서 한국기업인들의 뇌물성 거액제공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논평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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