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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의미 왜곡시키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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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촛불은 어둠을 밝히는 에너지로 옛날부터 없어서는 안될 생필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깃불이 사용되면서 위상이 많이 상실됐지만 여전히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악취 또는 담배연기를 흡수.분해하는 화학적 작용을 할 뿐 아니라 불꽃 자체가 석유처럼 냄새가 나거나 검은 그을음이 없어 이용이 매우 편리하다.

게다가 자기의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힌다는 점에서 희생정신의 표상으로 귀감이 되고, 축복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남녀 간의 사랑이나 생일잔치, 또는 즐거운 모임 자리에는 빠짐없이 촛불이 켜진다.

특히 초상집과 제사.차례상, 망자의 넋을 추모하는 모든 행사에 등장하고, 정성을 드리는 자리나 고사를 지낸다거나 치성을 드릴 때 촛불은 꼭 자리를 함께한다. 또 행사 자체를 아름답게 또는 숙연하게 하는 분위기 조성에도 한 몫 한다.

근래 들어서는 많은 사람이 운집하는 집회에 촛불이 등장하는 게 보편화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반대 운동 같은 집회에서 야간집회의 도구로 촛불이 사용되는 것은 촛불이 지닌 본래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촛불이 집회의 분위기 조성에는 한 몫 할지 모르지만, 촛불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대중집회에 동원되든, 어떠한 목적에 사용되든 촛불이 원래의 성스러운 뜻을 되찾아 아무쪼록 우리 사회의 화합과 단결, 민족의 번영에 이바지하는 상징물이 되기 바란다.

윤병태 서울 은평구 응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