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세탁 900원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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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탁소 체인인 크린토피아는 900원에 와이셔츠를 빨아 다림질을 해준다. 음료수 한 병 값이 채 안 되는 돈으로 주부들이 성가셔하는 와이셔츠 다림질이 해결된다. 1992년 500원으로 시작한 와이셔츠 세탁비는 16년간 두 번 올랐다. ‘900원’을 6년째 고수한다.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이범택(사진) 사장은 “요금이 원가에 가깝지만 당분간 올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처음에 3500원 받은 정장 세탁비는 지금 지역에 따라 4500~5000원 받는다. 가파르게 오른 다른 생활물가에 비해 크린토피아의 요금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그 비결은 원가 절감과 박리다매 전략이었다.

-어떻게 서비스 요금을 억제했나.

“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절감했다. 일반 세탁소에서 1인당 50점 안팎의 세탁물을 처리한다면 우리는 200점 정도 한다. 생산성이 4~5배다. 속도가 빨라서 가능한 것이다. 1분이면 와이셔츠 한 장 다림질이 완성된다. 세제 등 원자재는 대량으로 구매해 원가를 낮췄다.”

-가격 인상 압박을 받는 자영업 세탁업자들은 크린토피아 때문에 사정이 어려울 텐데.

“세탁업은 인건비 비중이 크다. 가격 인하는 시설 자동화 때문에 가능하다. 외국에선 개인 점포들도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가격을 낮춘다. 우리는 투자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 ”

-가격을 너무 오래 묶으면 이문이 박할 텐데.

“세탁 요금을 낮추면 고객들은 세탁소를 더 자주 이용한다. 그러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와이셔츠 다림질, 운동화 닦기, 이불 빨래 같은 가정 일들이 집밖으로 나오게 됐다. 가격파괴로 큰 시장을 얻은 것이다.”

-세탁비는 최근 정부의 52개 물가관리품목에서 빠졌다.

“예전엔 서민물가 얘기할 때 세탁비가 자장면 값, 목욕료 등과 함께 꼭 포함됐다. 정부에서 ‘지도요금’이란 명목으로 세탁비 인상을 억제했다. 그런데 크린토피아 등장으로 정부가 세탁비를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구청에서 정장 한 벌 ‘지도요금’으로 6000원을 책정했을 때 우린 절반에 가까운 3500원을 받기도 했다.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향후 계획은.

“고객 밀착 서비스를 강화하겠다. 오전에 세탁물을 맡기면 저녁 때 받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다음달 시작한다. 대형마트 100여 곳에 입점해 저녁 늦게 귀가하는 손님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했다. 연말까지 점포를 1000개로, 5년 안에 3000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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