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직급 완전파괴'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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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우조선해양 김호충(50.전무) 기술본부장은 사내에서 부하직원들로부터 '金전무님'이 아니라 'HC'라는 영문약칭으로 불린다. 남상태 부사장은 명함에서 직함을 뺐다. '직급 파괴'라는 회사 방침을 지키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초부터 부장 이하 모든 직원의 직급 체제를 없앴다고 29일 밝혔다.

사무.관리.설계직 등 생산직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부장 이하 모든 직원들의 직급(부장-차장-과장-대리)을 사용하지 않는다. 각 팀에는 팀장과 팀원만이 있다. 그래서 '○부장님' '○과장님'하는 호칭도 없어졌다. 대신 ○○○씨,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이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문화로 바꾼다는 회사의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것이다. 직위와 직책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게 하려는 원칙을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상하.좌우의 벽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성과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는 제대로 된 성과주의도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3000여명 직원의 직급이 없어지다 보니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위'인지 '아래'인지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승진 개념이 없어진 대신 동기 부여를 위해 '전문가'제도를 도입했다. 분야별로 탁월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원에게 '전문가'라는 명예와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평가시스템 등을 도입하기 위한 PI(Process Innovation)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임금피크제도 도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급이 높은 근로자들이 퇴사하는 대신 근무 연한을 연장해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호칭을 바꾸는 등 다소 혼선은 있지만, 조직문화를 쇄신해 초일류기업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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