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修能방송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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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홍준 정책기획부 기자

"자꾸만 바뀌어서 죄송합니다…(4월)18일 이후 또 바뀔 예정이라고 하네요."(From:EBS)

4월 1일 고교생을 대상으로 수능 위성.케이블 방송과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는 EBS가 29일 기자들에게 보낸 방송 편성표 관련 e-메일이다. 이때만 해도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양질의 방송을 하겠다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생겨난 시행착오라고 이해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한달여 전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뒤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로부터 한 시간도 채 안돼 똑같은 e-메일을 받았다.

"자꾸 변경이 되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더 이상 변경은 없습니다. 최종 편성본입니다.(From:EBS)"

그래서 과연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따져봤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4월 1일 첫날 심야 위성.케이블 방송을 통해 국어.영어.수학 강의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달랑 국어 2개 강좌뿐인 것으로 조정됐다. 1일 시작한다던 국어 초급과정의 '현대시 100선'등 13개 강좌는 18일 이후로 연기됐다. 제2외국어.직업탐구 등을 제외하고 전체 강좌의 40%를 방송 개시 이후 보름 이상 지나야 학생들은 들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성표가 확정되지 못한 채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EBS 관계자는 "1~2개 강좌는 교재가 아직도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감수를 받지 못했다. 양해 바란다"고 설명했다. 아직 교재를 만들지도 못한 과목의 강의를 강행할 수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불과 이틀 앞두고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터넷망을 통해 모든 학생을 상대로 질 좋은 과외를 받게 하겠다고 공언한 안병영(安秉永)교육부총리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준비 소홀''날림'이라고 한다. 이같이 준비가 소홀한 상황에선 사교육 시장을 잡기는커녕 학생들의 코웃음이나 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강홍준 정책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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