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개혁 후퇴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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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육개혁안이 확정발표된지 6개월째지만 현실적용과정에서 개혁안자체가 무산되거나 유보되면서 교육개혁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교육개혁을 선언한지가 바로 엊그제인데 교육계 현실은 개혁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형편 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의 무산이다.현행법에 따르면 교육위원이 교육감을 교황식 방법으로 선출하게 돼 있다.
이게 이권하되면서 너도 나도 교육위원이 되려고 돈을 뿌린 게 교육위원 선출비리였다.교육자치의 핵심적 기능을 할 교육위원 선출이 비리의 온상이라면 개혁차원이라는 거창한 명분 없이도 선출방식을 고치는 게 마땅한 일인데 교육부가 마련한 개정안을 둘러싸고 교육부.시도의회.교육위원회가 서로 유리한 주장만 하다가 결국 합의하지 못한채 이번 국회에 상 정치 않기로 해 버렸다.
용산국제고 설립을 반대해 무산시킨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미래지향적 개혁의지 부재(不在)라는 측면의 대표적 사례다.세계화시대에 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귀국자녀들의 외국어실력을 적극 활용해 외국어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국제고를 설립키로 했다.그러나 교육위원들은 귀족학교,또 하나의 특수학교라는 이유로반대해 설립 자체를 무산시켰다.세계화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서둘러추진해야 할 새로운 형태의 학교설립을 교육위원회가 앞장서 폐기처분했으니 교육위원들의 개혁의지 자체에 의문이 간다.외국어만 잘 하면 귀족이고 특수고라니 운동권 학생들의 발상법과 다를 바없다. 교육개혁의 중요 골격중 하나였던 학교운영위의 시범실시는내년으로 미뤄졌고,5세 취학은 민자당 반대로 실시 자체가 의문시되며,학제 다양화나 교육법정비 같은 하반기 개혁과제는 어디로갔는지 오리무중이다.교육개혁은 선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잘못된 교육을 개혁하려 한다면 좀더 치밀하고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개혁의지도 없이 작은 이해에만 매달려 다툼을 벌이는 교육계 현실이 바로 개혁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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