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訪韓-정치.외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의 방한(訪韓)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조정이 공식화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경제협력차원에 머물러있던 양국관계의 지평이 정치의 장(場)으로 확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골격은 정치와 경제의 분리였다.한국의 기술과 자본은 경제발전에,사회주의 노선은 북한과의 긴밀한 정치적 연대를 통해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이러한 중국의 입장은지난해 10월 리펑(李鵬)총리의 방한때만 해도 극명하게 드러났다.李총리 일정은 철저히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졌고 江주석은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고위인사를 접견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번 江주석의 방한은 북한과의 「특수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원칙에 따른 대한국정책을 펼쳐가겠다는 중국 의지가 확고히 표현된 것이다.중국의 당.정.군을 장악한 최고지도자가 순방이 아닌 단독방문형식으로 서울에 오는 것만 봐도 그렇 다.게다가 지난해 李총리,올 4월 차오스(喬石)전인대 상무위원장등이 이미한국을 방문해 중국의 핵심부는 「지한파(知韓派)」가 됐다 해도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양국은 정상회담등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정과 평화유지에 대한 공통 인식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정부는 이같은 기반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과정에서 중국의 실질적인 협력을 얻어나갈 방침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변화국면에 들어선 이유는 대한반도 영향력 확대라는 본질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전술적 변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반도를 입술과 이(脣齒)의 관계에 비유해왔다.한반도 불안은 중국의 안정에 결정적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다.특히 중국이 추진해온 「중국식 사회주의」개혁은 주변상황의안정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옛 소련의 몰락과 북한 김일성(金日成)사망에 따른 공백을 일본이 메워나갈 의도를 분명히 해온데 대해 중국은 우려를 표명해왔다. 따라서 江주석의 서울방문은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극대화로 전환기에 접어든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의미도 있다.이는 중국의 외교원칙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중국외교는 양보할 수 없는 세가지 문제(三不讓:홍콩.대만. 티베트)와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개의 카드(三張牌:한반도문제,유엔상임이사국 표결권,정치범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중국이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첫번째 카드가 한반도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江주석의 방한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는 지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