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뇌물준 기업인 사법처리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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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아들 재헌(載憲)씨가 동방페레그린증권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12억8,000만원 상당의 주식투자용 실명계좌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자금의 출처와 규모에 집중돼 있다.이 돈이 노태우씨와 무관하며 액수도 드러난 것이 전부라는 재헌씨 주장의 진위여부는 검찰과 증권감독원등의 계좌추적을 통해서만 제대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재헌씨는 11일 이 돈의 출처와 관련,자신의 결혼직전인 90년5월 처조부인 신덕균(申德均)동방유량 명예회장이 사준 시가 8억원 상당의 성북동집을 장인이 하기철(河錤喆)씨에게 매각하고남은 돈 8억8,000만원중 6억원을 투자한 것 이라고 밝혔다. 河씨는 서울소공동 17층짜리 서울센터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동방유량 계열사 경한산업의 관리이사로 지난해 가을까지 동방유량자금부장을 지냈다.그는 재헌씨 장인인 신명수(申明秀)동방유량회장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河씨는 재헌씨 처가인 申씨집안에는 일종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해온 셈이다.따라서 재헌씨의 증권투자 원금은 처가로부터 받은 부동산을 처가의 부동산관리인인 河씨에게 판 기묘한 거래에서 나온 자금이 된다.河씨는 민주당 비자금진상조사 위원회가 「盧전대통령 비자금 관리실무책」3명중 한사람으로 지목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자금출처와 관련한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증권거래의 총규모도 베일에 싸여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수십억원대를 굴리는 거액투자가들은 대개 1개 계좌만 실명으로 개설하고 여러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분산입금하는것이 상식이라고 말하고 있다.1개 계좌를 통한 거액 투자는 너무 쉽게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실명계 좌와 타이밍.
종목선택등 투자패턴이 비슷한 계좌들을 추적하면 합의차명 방식의종속계좌들을 찾아낼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93년 6월 6억원을 투자한 재헌씨가 불과 2년여만에 6억8,000만원의 시세차액을 남긴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혹을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93년 6월의 종합주가지수(760선)와 최근의 지수(970)를 비교한 상승률(약22%)을 감안해도 100%가 넘는수익률은 놀라운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때문에 이른바 작전거래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일반적으로 작 전거래가 이뤄질 경우에는 해당 계좌를 관리하는 직원이 예금주에게 이를 사전에 알려주는 것이 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따라서 재헌씨가 사전에 알고 작전에 참가했을 경우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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