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일본금융>下.한국에 던지는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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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남의 일이 아니죠.우리도 액수만 적다뿐이지….』 도쿄에 나와있는 한국 금융관계자들은 다이와은행 사건을 통해 「어설픈 국제화」가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일본 금융을 위기국면으로까지 몰고간 근본적인 이유가 「관치금융」에 있고 그점에 있어서는 한 국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지난 8월의 한국은행 지폐유출사건을 떠올리는 관계자들도 많다. 『사건을 적발한 뒤 한은은 무려 16개월동안 그 사실을 은폐했습니다.이번에 확인된 국제 금융기준에서 보면 한은은 당장 폐쇄되고 재경원도 범죄의 공범자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현재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국내총생산(GDP)의 10%수준.89년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당시 GDP의 1%에 해당하는 금융기관의 손실을 털어주기 위해 「대통령직을 걸고」재정자금의 지원을 강행했던 점에 비추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일본 금융위기는 일단 재정자금의 투입으로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장성의 정책 오류와 금융기관의 경영실패를 국민세금으로 떠받쳐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벌써부터 『금융실패에 재정자금 지원은 절대 반대』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일본 은행들이 최근 파생금융상품등 전체 자산중 20~30 %에 이르던 위험자산의 투자분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게이오(慶應)대학의 이케오 가즈토(池尾 和人)교수는 『일본의제2금융 개혁을 위해서는 이번 위기가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보고있다.금융산업도 금융의 안정보다 앞으로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구조개편,즉 경쟁력을 상실한 부분은 과감히 도태시키는 산업정책적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충고다.
한국 금융도 스스로 원해서든 마지못해서든 국제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그 길을 훨씬 먼저 걸은 일본조차 아직까지 멀었다는 평가를 받는 현실을 지켜보는 우리 금융인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이른바 「통치자금」을 은행이 앞장서 세탁해주는 상황에서는….먼저 금융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고 국제적인 상식이 통하는사회가 돼야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도 『한국에는 아직 재경원과 한은의 칼날이 시퍼렇게 살아있지 않느냐』며 은행이름은 제발 밝히지 말아달라는 도쿄주재 한국 은행지점장들의애걸에서 우리 금융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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