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환경 티셔츠' 그린 나눔장터 단골손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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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한번 드셔 보세요. 먹어도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는 거예요."

커다란 깡통에 들어 있는 초록색 페인트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본 뒤 노(老)교수가 관람객에게 권한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페인트를 살짝 찍어 먹어 본 주부는 "쌉싸래하기도 하고… 먹을 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27일 '아름다운 나눔장터'에서 이색 환경 퍼포먼스가 열렸다.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윤호섭(尹昊燮.61)교수는 식물로 만든 천연 페인트로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 파는 환경아트전을 열었다. 그는 판매한 수익금 50여만원을 모두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尹교수는 장터가 열린 4시간 동안 계속 흰색 티셔츠에 아마(亞)와 송진(松津) 등으로 만든 초록색 페인트로 별.달.하트.돌고래 등을 능숙한 솜씨로 그려냈다. "2년 전 어느날 옷장을 정리해 보니 입지 않는 티셔츠가 100개 넘게 나왔어요. 큰 죄를 지은 듯 부끄러웠어요. 그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환경이 얼마나 오염됐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그것조차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꼈어요."

당장 몽땅 싸들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으로 달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좌판을 벌이고 앉아 티셔츠에 천연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 넣어 무료로 나눠주는 게릴라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봄.여름.가을이면 일요일마다 인사동에 나가 무료로 티셔츠를 그려 주는 일을 빼놓지 않고 있다. 尹교수는 "환경 보전과 회복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가진 재능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어서 참여했다"며 "앞으로 매달 열리는 아름다운 나눔장터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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