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퓰리즘적 민족주의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한국에서는 포퓰리즘적 민족주의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의 한국 연구 집단에서 제기됐다.

26일 워싱턴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盧대통령, 이제 그만?(Roh, No More?)'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소개한다.

◇마커스 놀런드(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탄핵 사태가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정치 위기가 계속되면 자본 이탈과 경쟁력 약화 등 상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탄핵 이후 한국엔 포퓰리즘적 민족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이 외국인에게 혐오적인 국가로 비춰지면 외국인 투자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숙종(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 브루킹스 객원연구원)=탄핵 역풍으로 오는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은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을 재고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가능성이 있다.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는 반전세력.시민단체 쪽이기 때문이다.

盧대통령도 총선 뒤 복귀하겠지만 융통성있는 정치로 조화를 이뤄낼지, 진보적 입장을 밀어붙여 갈등이 심화될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니콜라스 에버슈타트(AEI 선임연구원)=탄핵 사태의 승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한국 정부가 기능 마비에 빠졌고, 이에 따라 북한은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인 국제 사회의 핵 폐기 압박을 당분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진통을 겪게 됨에 따라 북한은 지금까지 주장해 온 '조건없는 북한식 통일'을 더욱 강력히 추구하게 될 것이다.

◇스콧 스나이더(아시아재단 서울사무소 대표)=탄핵은 정치적 문제로 보이지만 만일 헌재가 엄격하게 법적인 관점에서만 탄핵을 다룬다면 정치적 판단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열린우리당이 파병 철회를 주장해도 盧대통령은 그들을 억제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