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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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살아남은 게 꿈 같아.
꿈도 너무 험한 악몽이라…

하지만 부끄러운 건 없어.
나는, 떳떳해…"

1937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인도네시아 주둔 부대에서
악몽 같은 10대를 보낸
고(故) 정서운 할머니.

일본군 성 노예였음을 증언하고
그들의 만행을 국내외에 알려왔던 할머니는
일본의 사죄를 듣지 못한 채
지난달 말 세상을 떠났다.

1932년 만주사변부터 1945년 태평양 전쟁까지
일제가 끌고 간 한국 여성은 16만명.
1991년 고(故)김학순 할머니
이후 스스로 위안부였음을 밝힌
할머니는 212명.

이 분들의 질기고 모진 삶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한(恨)많은 생을
마감해
이젠 132명만 남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리는 다리를 끌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는
수요 집회에 나오길 12년 동안 601번.

"우리들 다 죽고나면 그땐
어떡할 거야
역사에 무얼 남길 거야.
우리 가는 건 시간 문제야"
할머니들의 외침이 머릿속을
떠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명예와 인권의 전당'을 세우기로 하고 20억원을 목표로 모금 중이다. 지금껏 2억여원을 모았다. 그 중 1000여만원은 피해 할머니들이 내놓은 것이다. 모금 문의 02-392-5252.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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