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거부로 추앙받는 서민대통령 3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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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카를로스 메넴(65)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메넴 대통령이 이룩한 성과 자체보다 주변 남미국가에서 아르헨티나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더 우쭐하고 있는 것같다.물론 그 공(功)은 메넴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수백~수천%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고와 만성적인 군부와의 갈등,그리고 헤어나기 힘든 외채 등 남미국가들의 공통적 숙제를 거의 유일하게 풀어나가고 있는 나라가 바로 메넴의 아르헨티나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메넴이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것도 국민들의 신임이 그만큼 두터웠던 까닭이다.
30년 군사정권이 남긴 후유증에 허우적거리다 임기를 채우지도못하고 물러난 라울 알폰신 정권을 이어 89년 대통령에 당선된메넴은 「생산적인 혁명」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경제안정에 주력했다.그 결과 메넴은 집권초 4,000%에 달하 던 인플레이션을한자리로 잡고 경제성장률도 연 7%대로 유지,안정과 성장이라는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마디로 아르헨티나의불치병을 그가 치유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메넴은 과거 암울한 군정을 겪은국민들에게 명랑하고 희망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거부해 국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복장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같이 패션을 강조하고 각료회의 등에선 장난감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아르헨티나 언론의 표현처럼 그는 근엄한 대통령이라기보다 친근한 팝스타처럼 국민들 가슴에 닿고 있다.
메넴에게도 역경은 많았다.명문 코르도바대 법대 졸업후 73년고향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대중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76년 고난을 맞는다.74년 급사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 후임으로 승계한 부인 이사벨 페론이 군부쿠데타로 실각하면 서 메넴은 정치범으로 몰려 5년간 투옥됐다.
단지 메넴이 반(反)군정 성향이었던 페론의 철저한 추종자였다는 이유에서였다.메넴은 페론 전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망명해 있을 때 그의 귀환을 기원하는 뜻으로 그 유명한 구레나룻을 길렀을 정도로 강인한 신조를 보여주기도 했다.
수감 중에도 그는 군정에 협력하지 않고 민주화운동의 정신적인지주 역할을 도맡음으로써 「추악한 전쟁」의 악몽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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