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햅쌀 4가마 사랑"-保寧 이보복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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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부정축재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가운데 넉넉지않은 형편속에서도 3년째 불우이웃을 위해 자신이 수확한 쌀을 남몰래 기탁한 농부가 있어 화제다.
충남보령시주교면신대리에서 900평의 논에 쌀농사를 짓고있는 이보복(39)씨.
그는 최근 보령시청 현관에 햅쌀 4가마를 몰래 갖다놓고 돌아가다 경비원에 붙잡혀(?) 지난 3년동안 숨겨진 선행이 「들통」났다. 李씨는 93년부터 수확기마다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는 쪽지와 함께 쌀4~5가마를 시청 현관에 갖다놓곤 했다. 그러나 보령시 직원조차 그 주인공이 누군지 몰라 몹시 궁금히 여겨왔다.
李씨는 『매년 쌀 11가마 정도를 수확,아내와 세 자녀등 다섯식구 1년 식량 7가마를 빼고 나머지를 나보다 가난한 사람을위해 시청에 갖다놓았다』고 털어놓았다.
빈농의 아들로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李씨는 『어릴 적 가난이 한이 돼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한 것뿐인데 세상에 알려져쑥스럽다』며 『아내가 시내에서 흑염소 보신원을 운영,그럭저럭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만큼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 지 이웃을 도울 생각』이라며 멋쩍다는 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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