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2군사 평시작전지휘권 미군이양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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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군 2군사령부에 대한 전.평시 작전지휘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가게 됨으로써 지난 90년이래 추진돼 온 「한국 방위의 한국화」라는 명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 6공화국 출범과 함께 ▶정전위 유엔군측 수석대표의 한국장성 임명▶연합사 부사령관(한국군 대장)을 지상구성군사령관에 임명▶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평시작전통제권 환수등 국방자주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바로 그런 맥락에서 볼때 이번 조치는 건군 반세기만에 되찾은 국방자주권이 일보후퇴하는 결과를 가져 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군내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해 평시작통권을 한국측에 이양하기 전 한반도 후방지역 군수지원 임무를 맡고있는 2군사령관에게 「연합후방지역작전조정권(CRAC)」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미국측의 이같은 배경은 물론 유사시 미본토 증원군및 물자를 전방지역에 효과적으로 수송하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연합사령관이맡아왔던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그러나 평시작통권이 한국군에 넘어간 이상 연합사령관이 평시에 이를 지휘하기 위 해서는 2군사령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등 절차상 애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고안한 방안이 바로 2군사령관에게 CRAC라는 새로운임무를 부여함으로써 자동적으로 2군이 연합사령관 지휘계통에 편입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대해 군내에서는 아직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국방부쪽은 대체로 이를 찬성하는 입장이고 합참에서는 찬반이 50대50으로팽팽한 대립양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측 제의를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전시에 갑자기 작전권을 넘겨받으면 작전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들고있다. 그러나 반대 입장은 『팀스피리트훈련에 참여하는 한국군 부대만 연합사령관이 통제해온 것처럼 미증원군을 접수해 전방으로추진하는 RSOI훈련등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하는 2군 예하 부대에 대해서도 훈련기간만 연합사령관이 통제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번 2군에 대한 평시작전권 이양과 관련,가장 핵심개념인 CRAC는 엄밀히 말해 유사시 전쟁을 지휘하는 작전통제권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이는 미합참이 개발한 교리상의 개념으로 후방지원에 관한 일체의 장악권이나 통제권을 일컫는 말 이다.
따라서 미국측이 당초 우리에게 처음 접근했을 때도 이를 「작전통제권」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이는 작전통제권에 관한 한국인들의 정서를 꿰뚫어 본 나머지 택한 협상전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평시작통권 환수 때도 그랬지만 작전권 행사여부에 앞서 한국방위의 한국화라는 명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군에만의존하고있는 정보획득및 분석능력을 시급히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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