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窓>스모크-담배연기같이 가벼운 인생 진지하게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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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조이 럭 클럽』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웨인 왕감독의 최신작 『스모크』는 그에게 관심이 많은 영화팬들에겐 언뜻 낯설게 다가온다. 미국이란 사회에서 중국계 이민자들이 겪는 갈등과 애환에각별한 애정을 가져온 웨인 왕답지 않게 『스모크』에는 동양인 배우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흑인 주인공들이 비중있는 역할을하지만 그들은 백인과 갈등관계에 있지 않다.
웨인 왕이 현실감각을 잃은 것일까.지난달 내한했던 웨인 왕감독은 이점에 대해 『나의 관심사는 동양계 미국인들에게 그치지 않고 인간,또 가족관계에 있다.그리고 지금까지 인종갈등을 다룬영화는 많았지만 화해의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는 없어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웨인 왕감독의 설명처럼 『스모크』는 따뜻한 인간의 이야기다.
뉴욕의 브루클린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거리가 상징하듯가난하고 어찌보면 실패했다고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중심인물은 길모퉁이에서 담뱃가게를 운영하는 오기 렌(하비 카이텔扮)과 그의 단골인 소설가 폴 벤저민(윌리엄 허트扮).
두 사람을 축으로 이름을 속인 채 자신을 버린 생부를 찾아간흑인청년과 죄책감에 시달려온 생부,18년만에 옛애인인 렌을 찾아와 사정하는 외눈여인 루비의 이야기가 퍼즐조각들처럼 얽혀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스모크』엔 인생의 허전함을 태우는 담배연기만 자욱할 뿐 폭력.섹스.특수효과등 할리우드 영화들에 넘치는 흥행요소는 전혀 없다.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담배연기만큼이나 가벼운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파고들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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