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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골목길 산책] 여행 가이드북에도 없다 … 뜨는 거리 ‘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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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동안의 싱가포르 여행이 오차드 로드에서의 쇼핑과 클라키 강변에서의 칠리 크랩에 지나치게 치우쳐 왔다는 사실. 그래서 비행기 경유지로, 혹은 출장으로 몇 번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 십상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최근 싱가포르의 새로운 명소로 뜨고 있는 ‘뎀시(Dempsey)’ 지역을 다녀왔다. 여행 가이드북에도 아직 등장하지 않은, 지금 싱가포르에서 가장 ‘힙하다’는 동네다.

<싱가포르> 글·사진=이영희 기자


군대 막사에서 고급 휴식 공간으로

싱가포르의 대표 쇼핑가인 오차드 로드에서 택시로 10분이면 도착하는 뎀시.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동네 전체가 녹음으로 둘러싸여 있어 하나의 리조트 같은 느낌을 준다. 1980년대 후반까지 영국군 부대 막사 겸 신병보충대부지로 쓰였던 이곳은 부대가 떠난 뒤 10여 년간 버려진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가 ‘뎀시 개발계획’을 시작해 좋은 아이디어를 낸 이들에게 가게를 하나 둘 분양하기 시작했다. 독특한 컨셉트를 가진 음식점과 옷가게, 스파, 인테리어 숍, 갤러리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20~30대 젊은 여성과 연예인 등 유행에 민감한 이들이 주말 아침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들르는 세련된 동네로 탈바꿈했다.

뎀시 지역에는 군대 막사로 쓰였던 건물을 재개발한 ‘뎀시 힐(Dempsey Hill)’과 ‘뎀시 힐 그린(Dempsey Hill Green)’이라는 두 개의 랜드마크가 있다. 여러 동의 건물 안에 음식점과 식료품점, 휴식공간 등이 모여 있는 일종의 복합매장이다. 점심 때쯤 도착한 사람이라면 뎀시 로드 초입에 있는 뎀시 힐 그린의 해산물 전문점 ‘롱비치 뎀시(Long Beach@Dempsey·6323-2222· www.longbeachseafood.com.sg)’에서 ‘싱가포르의 국민요리’로 불리는 칠리 크랩이나 페퍼 크랩을 맛보는 것도 좋겠다. 칠리소스와 함께 크랩의 껍질을 마구 부숴 통통한 게살을 빨아먹는 맛이 일품. 크랩과 볶음밥, 해물요리 등이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가 1인당 35싱가포르달러(SGD). 음료가 2~5SGD 정도다.

먹기, 놀기, 쉬기를 한 곳에서

뎀시 힐 그린에는 롱비치 외에도 퐁듀 전문점 ‘라 퐁듀(La Fondue·6474-0204·www.lafondue.com.sg)’가 들어서 있다. 20여 가지의 치즈 퐁듀와 초콜릿 퐁듀가 갖춰져 있는데 런치 메뉴가 25SGD, 디너 메뉴는 45SGD 정도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식사를 마쳤다면 라 퐁듀 바로 아래쪽에 있는 ‘원 앤 온리 디자이너 컬렉션(One&Only Designer Collections·6479-8622)’을 꼭 둘러보라. 돌체&가바나, 프라다, 구찌, 아르마니 등의 옷과 가방, 신발 등을 판매하는 편집매장인 이곳은 주인이 유럽에서 직접 수입을 해와 가격이 싱가포르 시내 매장보다 20~50% 저렴하다.

뎀시 로드를 따라 쭉 언덕을 올라가면, 또 다른 멀티 휴식처인 뎀시 힐이 나타난다. 뎀시힐 그린보다 규모가 큰 이곳에는 싱가포르의 유명한 스파 체인인 ‘스파 하우스(Spa House·6479-0070)’가 있다. 20개의 마사지 룸 하나하나가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꾸며진 이곳에는 싱가포르의 유명 연예인들도 자주 찾아온단다. 요가동작과 마사지를 접목한 스파 하우스 특유의 카조갈(Kajogal) 마사지, 발 오가닉 마사지가 120SGD 정도로 가격은 꽤 센 편. 스파 위층과 아래층에 있는 카페 배럭(Barracks)과 바 캠프(Camp)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파 앞쪽 건물 1층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레드시 갤러리(Red Sea Gallery·6732-6711·www.redseagallery.com)’가 있다. 갤러리 바로 옆에 있는 귀여운 식료품점 ‘존스 더 그로서(jones the grocer·www.jonesthegrocer.com)에도 꼭 들러보자.

녹음 사이를 거닐며 느끼는 여유

나무 사이에 예쁜 가게들이 숨어 있는 뎀시 지역은 뜨거운 한낮 시간이 아니라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에도 좋다. 골목 사이사이에는 동남아시아풍의 가구, 카펫 등을 판매하는 창고 같은 상점들이 모여 있다. 뎀시 힐 그린에서 뎀시 힐로 향하는 산책로에 있는 ‘PS카페(6479-3343·www.pscafe.sg)’는 여기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다. 영국군 캠프 식당으로 쓰이던 건물을 외관은 그대로 둔 채 개조했다. 몸이 푹 파묻히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여성들의 차림새가 다들 모델처럼 근사하다. 시저 샐러드가 16.8SGD, 피시 케이크가 22SGD이며 두세 사람은 너끈히 먹을 수 있는 큼지막한 더블초콜릿 블랙아웃 케이크가 13.9SGD다.

뎀시에서는 싱가포르 음식뿐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의 정통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스위스 출신의 셰프가 정통 프랑스 가정요리를 선보이는 ‘오 프티 살뤼(Au Petit Salut·6475 1976 http://www.aupetitsalut.com)’의 런치 세트메뉴는 30SGD부터. 랍스터와 푸아그라, 스테이크 등이 나오는 디너 세트메뉴는 1인당 98SGD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밀라노, 시칠리아,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각 지역의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브리카(Fabbrica·6479-7808 www.fabbrica.com.sg)’에 들러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파스타가 28~38SGD 정도, 중저가에서 최고급까지 방대한 이탈리아 와인 리스트를 갖추고 있다.



Tip

■ 1싱가포르달러(SGD)=약 760원. 싱가포르 고급 식당은 대부분 원래 가격에 10%의 서비스 차지와 7%의 부가가치세가 더해진다. 뎀시 지역의 레스토랑도 마찬가지. 메뉴판에 적힌 가격에 17% 정도가 더해져 나오기 때문에 식사 전에 잘 계산해야 한다. 서비스 차지가 포함돼 있으므로 팁을 따로 줄 필요는 없다.

■ 뎀시 지역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어렵다. 대신 오차드 로드에 있는 태국 대사관 앞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뎀시 힐로 가는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뎀시 힐 홈페이지(http://www.dempseyhill.com) 참조. 택시를 타면 오차드 로드에서 10분 안에 도착하지만 이 지역을 잘 모르는 택시기사들이 있으니 지도나 가게 주소를 가지고 갈 것.

■ 뎀시 지역 식당들은 대부분 밤 12시 넘어까지 영업하므로 시내에서의 쇼핑을 마치고 느지막한 시간에 찾아보는 것도 좋다. 월요일에는 쉬는 가게가 많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할 것. 주말에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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