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빨간불도 모두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지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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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일본 정부가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인 덕분에 전 국민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완전히 세뇌받고 태어난다.차에 타면 안전띠도 확실히 매고 음주운전은 어림도 없다.
그런데 아까신고(あかしんごう),빨간불에 건너다니,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린가?세계 어느 나라엘 가도 빨간 불은 서시오,파란불은 가시오,노란 불은 돌아가시오다.일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일본 사람도 술취한 사람이나 정신이상자면 몰라도 혼자서는 감히빨간 불에 건널 마음을 먹지 않는다.잠자코 신호가 바뀌길 기다린다. 그러다 한명 모이고 여러명이 모여 그룹이 되었다고 치자.어쩌다 그중 누군가 빨간 불에 건너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무슨 조화속인지 혼자서라면 엄두도 내지 않던 사람들이 슬며시 옆사람 눈치를 잠시 본다.옆사람도 건널 모양이라고 확인한 다음 안심한다.그 다음 이윽고 보무도 당당히 아까신고-를 건넌다.혼자 있을때는 얌전하고,순종적이며 질서와 규범을 잘 지키는 일본사람들이 모이면 집단주의에 함몰돼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한다.
이 2중적인 일본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 관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말,「아까신고-민나데 와따레바 고와꾸 나이」를 지어 낸 사람은 독설적인 개그로 유명한 비-토 타께시(ビ-トたけし)라는 코미디언.10여년 전에 만들어져 아직도 종종 인용되는 유명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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