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설들 놀이방 서비스-극장.미술관까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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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페미니즘 영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여성 관객이 몰리는 또하나의 이유.
이 영화를 제작한 오병철 프로덕션측이 어린 아이를 둔 주부 관객들을 위해 마련한 놀이방 서비스가 그것이다.
매주 화.목요일 2회때(오후2시)이 영화가 상영중인 피카디리극장 인근 초동교회 유치원에는 영화관객들을 위한 무료 놀이방이문을 열고 엄마와 함께 오는 꼬마손님들을 기다린다.어린이들은 엄마가 영화를 보는 동안 선생님들의 지도아래 그림도 그리고 게임도 하며 자기들끼리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놀이방에 아이를 맡기고 영화『무소의 뿔처럼…』을 관람했던 주부 경규창(32.양천구신정6동)씨는 『정말 오랜만에 아이 걱정을 잊고 영화를 보며 내 생활을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면서 앞으로 많은 극장들에 상설 놀이방이 설치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들어 각종 공연.전시등 문화행사를 기획하면서 여성들을 위한 놀이방 서비스를 마련하는 곳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문화생활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는 비약적으로 증가한 반면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엄두를 내지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따른 것.
현재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연극 『아마조네스의 꿈』을 공연중인 여성문화예술기획도 대다수 관객들이 여성인 점을 감안,매주 목요일 3시공연때 인근 사무실 빌딩에서 놀이방을 연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은 앞서 『자기만의 방』『무소의 뿔처럼… 』을무대에 올렸을때도 놀이방을 개설,주부 관객들의 발길을 모았었다. 또 국립극장은 92년부터 대극장 로비 한켠에 20여평의 공간과 각종 놀이기구.TV등을 갖추고 공연시간동안 부모를 따라온어린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따로 보모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미술품관람에 자칫 지루해 하기 쉬운 어린이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크레용.도화지등을 비치한 놀이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주부들을 대상으로 그림.음악.꽃꽂이등 각종 강좌를 개설중인 백화점 문화센터나 각 구청 부설 복지회관들도 대부분 놀이방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또 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 9월 각종여성관련행사의 공간으로 문을 연「여성공동의 장」 에도 전문 보모가 있는 놀이방이 마련되는등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마음 가볍게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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