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VS 루블 ‘파워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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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대결은 미국과 러시아 자본의 대리전이기도 했다. 맨유의 구단주는 ‘잡식성 사업가’로 불리는 미국의 맬컴 글레이저(80·사진左). 첼시의 주인은 러시아의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42·右)다.

미국풋볼리그(NFL) 탬파베이 베커니어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글레이저는 2005년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했다. 식음료·건강 사업, 은행업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글레이저의 경영철학은 ‘오늘 쓰고, 내일 지불한다’는 것이다.

맨유의 대주주가 된 글레이저는 맨 먼저 입장료를 대폭 올리는 정책부터 폈다. 이 때문에 영국 팬들로부터 “돈만 아는 장사꾼이 잉글랜드 축구의 혼을 더럽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글레이저의 투자 덕분에 퍼거슨 감독은 테베스, 안데르손, 나니, 오언 하그리브스 등 원하는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박지성의 영입 자금도 결국 글레이저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투자는 결실로 이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년 연속 정상을 밟는 성과를 거뒀다.

맨유는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평가한 자산가치에서 1조8300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1위를 지켰다. 2위 레알 마드리드보다 5억 달러 높으며 전년 대비 24%나 상승한 금액이다.

첼시의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석유 재벌이다. 20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어마어마한 부호다. 2003년 여름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가 되기 전까지 첼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그저 그런 2류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는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고 로번, 드로그바, 솁첸코, 발라크 등을 잇따라 데려오면서 첼시를 단숨에 유럽 최고의 클럽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자신의 장난감처럼 대한다”고 비난한다. 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무리뉴 감독을 전격 경질한 것도 아브라모비치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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