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구 씀씀이 헤퍼졌다-한국은행 조사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소비풍조가 확산되면서 도시가계의 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유가 없으면서도 즉흥적으로 돈을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보다 계(契)나 사채(私債)에 여유 돈을 굴리는 가계가 계속 증가추세다.
이와함께 도시에 사는 60세 이상 노인 네명중 세명꼴은 자녀에게 재산을 무조건 상속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도시가구들은 평균 12만8,000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으며,한달에 쓰는 돈의 78%는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은행이 전국 60개 도시의 2,500가구를대상으로 작년 5월부터 올 4월말까지 1년 동안 여유자금을 어떻게 운용했는 지를 알아본 「도시가계저축 시장조사결과」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도시가계의 가구당 평균 저축액은 1,744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6%(448만원)늘어났으나가구당 평균 저축률은 29.3%로 같은 기간 3.1% 포인트 낮아졌다.가구당 빚은 330만원에서 413만원으로 늘었 다.
가계부를 쓰는 가계의 비율은 57%로 전년보다 5.5% 포인트 낮아진 반면 여유가 없더라도 체면상 또는 즉흥적으로 돈을 쓰는 가구의 비율은 5.6%에서 12.7%로 껑충 뛰어올랐다.
◇어디에 저축하나=은행의 비중은 42%로 94년 조사 때보다0.1% 포인트 높아지긴 했으나 93년(46.8%)에 비해서는뚝 떨어진 반면 계나 사채는 93년 9.3%에서 올해는 13.
3%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그래프 참조〉 제도권 금융기관만 이용한다는 가계가 68.9%로 작년보다 4.5% 포인트 낮아진 대신 사금융도 함께 이용한다는 가구는 24.5%에서 29.3%로 높아졌다.
◇저축목적=자녀교육비 마련이 28.4%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재난대비,주택자금 마련,노후생활 안정 등의 순이었다.
주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한다는 가구의 비중은 91년 27.7%를 정점으로 올해 14.4%로 낮아졌다.
◇재산 상속=「무조건 자녀에게 물려주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25.7%에 그친 반면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겠다」(32%),「노후를 돌봐주는 조건으로 상속하겠다」(22.
8%),「자녀에게 상속대신 인생을 즐기겠다」(19 .5%)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노후 설계=60세 미만 가구중 노후생활 대비 저축가입률이 지난해 34.8%에서 올해는 47.1%로 크게 증가했다.퇴직후부부의 생활비는 월평균 85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어떻게 저축하나=「정기적으로 저축」하는 가구의 비율은 85.6%로 지난해(86.5%)보다 낮아진 반면 「여유있을 때 수시로 저축한다」는 가구의 비율은 14.4%로 약간 높아졌다.
◇이자에 민감해졌다=저축상품을 선택할 때 「안전성」에 주안점을 둔다는 사람의 비중은 38.2%에서 17.0%로 뚝 떨어진대신 「수익성」의 비중은 42%에서 55.8%로 증가했다.더 높은 금리가 보장될 경우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가 구가 48.6%에 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