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獨 산업공동화 우려-세율.임금등 너무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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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베를린에 위치한 니더쉔하우젠성에선 「쉔하우저 회담」이라불리는 모임이 열렸다.5년전 독일과 연합국 대표자간에 독일통일이 비준됐던 이 성에서는 통일후 해마다 은행가.경영인.학자들이모여 독일의 장래에 관해 의견을 나눠왔다.
올해 참석자들은 「독일 경제를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업계대표로 토론자로 나선 BMW사의 에버하르트 퀸하임회장은 『독일의 산업생산기지가 해외로 떠나고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사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10년이 지나면 독일도 스웨덴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 』이란 스웨덴의 한 정치가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스웨덴은 현재 높은 세금으로 인해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돼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러한 비유는 독일의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93년 심한 불경기에 몸살을 앓았던 독일은 지난해와 올해 수출에서 큰 호황을 누렸다.그렇지만 독일의 경제성장은 2~3%대에서 벽에 부닥쳤다.
한때 독일의 경영인들은 독일이 안고 있는 경제적인 문제들이 통일의 대가라거나 세계경기순환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었다.그러나 회담 참석자들은 이제 이러한 문제가 독일의 특수한 현상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독일경제의 뒷다리를 잡는 요인으로 이날 지적된 내용은 여러가지다. 우선 선진 공업국중 독일은 기업활동에 대한 세율이 가장높을 뿐만 아니라 가장 엄격한 환경보호법을 지키고 있다.게다가사회복지부문에 대한 과다한 지출은 독일의 임금을 세계에서 최고수준으로 만들었다.또 높아만 가는 실업률도 큰 골칫 거리다.
헬무트 슈미트 전총리는 『독일인들이 정보화산업 시대를 어떻게헤쳐나갈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그는 『독일인들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길 꺼린다』며 『독일에서 받아들인마지막 기술혁명은 아마 컬러TV 뿐일 것』이라 고 비아냥댔다.
이러한 열악한 독일의 기업환경은 이제 독일기업체들을 대거 해외로 몰아내는데 기여하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보고서는 저임금국가에 대한 독일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관련,BMW의 한 임원은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압력이 더심해지면 독일을 떠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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